썰물밀물

부천시 원미동에 올해 상복이 터졌다. 정확히 말하면 '원미마을관리 사회적협동조합'이다. 이 협동조합(원미마관협)은 올해 2월에 설립되었는데, 6개월이 채 지나지 않은 지난 7월에 경기도 도시재생 주민참여 경진대회에서 대상을 받더니, 9월 국토교통부 주최 전국대회에서도 2개 부문에서 우수상을 수상했다. 전국 107개 참가팀 가운데 올해 설립이 인가된 곳은 원미마관협이 유일했다고 한다. 원미마관협은 마을 주민과 부천시 간에 손발이 잘 맞고, 주민들이 원하는 사업을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끈다는 평가를 받았다. 축하의 박수를 보낸다.

원미동이라는 지명이 낯설지 않은 까닭은 양귀자 소설집 『원미동 사람들』이 큰 몫을 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멀고 아름다운 동네>부터 <한계령>까지 『원미동 사람들』에 실린 연작 단편소설들은 작가가 그곳에 살았던 경험을 바탕으로 1980년대 초중반 부천 원미동 소시민들의 진솔한 애환을 다층적으로 그려낸다. <일용할 양식> 같은 작품은 중학교 교과서 수록 문학작품이기도 하다. 1980년대 후반 서울 쌍문동을 배경으로 제작된 드라마 <응답하라 1988>(2015년 작)보다 훨씬 앞서 '골목 이야기'의 원형을 제공한 게 소설집 『원미동 사람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부천시는 2019년 10대 행정동을 정비하면서 원미1동은 부천동에, 원미2동은 심곡동에 소속시켰다.

1973년 부천시가 탄생하기까지 지명 변동이 심했고, 시 승격 이후에도 여러 차례 개편이 있었다고는 하나, '원미(遠美)'라는 친숙한 이름이 한 계단 밀렸다는 점은 다소 아쉽다. '원미'는 1993년 기존 부천시 중구를 둘로 나눌 때 '오정'과 더불어 당당히 구의 이름으로까지 올라갔던 적도 있으니 말이다. '원미'는 원래 멀리 부평 관아 동헌에서 바라본 아침놀과 저녁놀이 아름다운 산이라 하여 원미라 했다는 설이 있다. 사실이건 아니건 아름다운 뜻풀이다. 소설가는 '멀고 아름다운 동네'라 해석했으나, '멀리서부터 아름다운 동네'라는 풀이가 더 그럴싸하지 않을까.

'원미마관협'은 거점공간을 두 곳이나 운영한다. 원미별마루에는 마을카페, '햇살 가득한 작은도서관'(그림책 특화 작은도서관) 등 원미마을 공동체의 플랫폼이 조성되어 있고, 원미꿈마루는 지역 문화활동의 거점이다. 마관협은 교육 복지 전시 마을관리사업 등 여러 사업의 수익을 다시 마을을 아름답게 만드는 일에 투입하는 사회적협동조합을 지칭한다. 1980년대부터 형성된 원미동 골목의 인정이 지속적으로 이어지기를 기원한다.

▲양훈도 논설위원.
▲양훈도 논설위원.

/양훈도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