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물밀물

두 달 전쯤 대통령에게 쓴 소리를 전담하는 '레드팀'을 만든다는 보도가 나왔다. 대통령실은 바로 이튿날 사실무근이라고 선을 그었다. 대통령 참모가 모두 '예스맨'이 아닌데 새삼스레 레드팀을 만들 이유가 없다고 했다. 추석 연휴 직전 김동연 경기지사가 페이스북에 '경기도를 뒤집어 봅시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레드팀'은 의도적으로 비판적인 시각에서 의견을 내는 역할을 맡습니다. 도정 전반을 다른 시각, 특히 '도민의 입장'에서 살펴보기 위해서입니다.” '레드팀'으로 도정의 관행·관습·관성을 깨보자는 것이다.

'레드팀'이라는 발상이 어디서 유래했는지를 두고 여러 설명이 나온다. 교황청에서 성인을 추대할 때 꼬투리와 약점을 물고 늘어지는 역할을 맡는 '악마의 대변인'을 거론하기도 하고, 군대에서 아군 전략의 취약점을 사전에 시뮬레이션 하는 참모 그룹을 '레드팀'이라 부른다는 사실을 끌어오기도 한다. 그러나 서양까지 갈 것 없이 이 땅의 전통에서도 그런 발상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예컨대 조선시대 사헌부과 사간원의 본디 역할은 '레드팀'이었다. 아니, 충신이라는 개념 자체가 도끼 옆에 두고 엎드려 바른 말 하는 선비를 가리킨다.

현대 경영학에서는 아예 기업 의사결정 과정에 '레드팀'을 두면 좋은 점이 많다고 가르친다. 듀폰 같은 기업은 '레드팀' 운영의 글로벌 성공사례로 소개된다. 새로운 사업이나 안전 문제에 대해 '레드팀'이 날카롭게 허점과 빈틈을 찾아내어 보완함으로써 기업 성장을 이끌었다고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기업이 되었다는 점이 강조된다. 그런데 영화 <다크 워터스>는 듀폰 공장의 화학물질 사고를 20년간 파헤친 변호사 이야기를 보여준다. 목장의 소들이 죽어 나가고 야생동물과 물고기들이 사라졌다. 식수원도 발암물질로 오염됐다. 관련성을 부인하던 듀폰은 결국 2017년 패소해 거액을 배상하라는 법원의 판결을 받았다.

듀폰 '레드팀'이 그 때는 없었나? 아니면 내부 전략, 즉 비즈니스의 성공에 눈 먼 나머지 주민피해까지 검토할 임무는 아예 배제됐던 걸까? 그 일을 계기로 '레드팀'의 역할이 더 커진 걸까? 과문한 탓에 거기까지는 모르겠다. 조선시대 사헌부나 사간원도 대체로 '쓴소리' 전담 기능을 잘 발휘하지 못했다. 그들은 기껏해야 선비의 입장에서 왕권을 견제했을 뿐 백성의 입장엔 관심이 없었다.

경기도 '레드팀'은 하나부터 열까지 도민의 관점을 견지해 주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리더의 의지가 성공의 관건이다. 사족 ; '레드팀'이라는 명칭을 꼭 써야 하나?

▲양훈도 논설위원.
▲양훈도 논설위원.

/양훈도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