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물밀물

코로나19가 창궐하기 전 이태에 걸쳐 몽골에 다녀왔다. 이시백 소설가가 인솔하는 여행단에 운 좋게 끼였다. 2018년에는 울란바토르 남서쪽으로 고비-알타이까지 가는 루트였다. 산맥 아래 모래언덕이 수십 ㎞ 늘어선 장관을 바라보며 말 그대로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나흘 간 '멍 때리기'가 여행 목적이었다. 그곳까지 가는 데만 닷새가 걸렸다.

차창으로 끝없이 펼쳐지는 초원과 황야의 인상이 강렬했다. 흔히 몽골 하면 사하라와 같은 사막을 떠올린다. 하지만 몽골 사막의 대부분은 황야라고 부르는 게 정확하다. 이시백 소설가는 '황막(황야+사막)'이라 했다. 몇 시간을 달려도 황야였으나, 흙 색깔과 식생이 조금씩 다른 빛을 띠는 변화가 계속 감지되었다. 고비-알타이에 가까워질수록 황막은 더욱 황량해졌다. 사막화의 속도가 실감났다.

이듬해 몽골 여행도 따라 나섰다. 이번엔 울란바토르 서북쪽으로 자브항까지 가는 여정이었다. 자브항은 고비-알타이의 북쪽에 위치한 아이막(우리 행정구역으로 치면 도에 해당)이었는데, 분위기는 완전 딴판이다. 전해에 보았던 초원과 황막 지대도 적지 않았으나, 이틀 정도 달리자 고원(高原)이 연이어 나타났다. 말 그대로 '천 개의 고원'을 넘는 느낌이랄까. 최종 목적지는 자브항 하르노르(검은 호수)였다. 가던 길에 들른 차강노르(흰 호수)는 오산시보다 넓다고 했다. 몽골에서 가장 큰 호수인 홉스굴은 서울시가 들어앉을 크기라고 들었다.

지난 번 여행에서는 거의 보기 어려웠던 산과 나무도 꽤 만났다. 하지만 민둥산이 많았고, 어느 산은 산 가장자리 쪽으로만 나무가 보였다. 나무를 심어나가는 중인가요?(나) 아뇨, 점점 죽어가고 있는 거죠.(이시백) 사막화 속도가 어찌나 빠른지, 지난 30년 동안 사라진 호수가 1200개, 강줄기가 900개나 된다고 했다. 차마 믿어지지 않는다.

돌아오는 길에 투브 아이막 에르덴 지역에 있는 '수원시민의 숲' 울타리 옆에서 점심식사를 했다. 나무가 꽤 자라 숲을 이뤄가고 있었다. 여행 내내 애써 심은 나무가 말라죽은 곳을 더 많이 보았던 터라 반가웠다. 수원시는 2011년부터 나무심기에 나서 2016년에 10만 그루를 넘겼다. 최근 수원시가 가서 확인한 바에 따르면 몽골에 나무심기 활착률이 50%라 한다. 나쁘지 않다. (사)푸른아시아 홈페이지를 찾아보니, 고양시가 2009년부터 진행한 돈드고비 아이막 만달고비 시 '고양의 숲' 100㏊도 잘 가꿔지고 있고, 볼 아이막 다신칠링 지역 '인천희망의 숲'도 2013년부터 계속 진행 중이다. 우공이산(愚公移山)의 힘을 믿는다.

▲양훈도 논설위원.
▲양훈도 논설위원.

/양훈도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