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물밀물

동인천역은 그 역사(歷史)만큼 숱한 사연을 품은 곳이다. 1899년 9월18일 우리나라 첫 철도인 경인선의 개통과 함께 축현(杻峴)역으로 영업을 시작했다. 그러다가 역명이 어렵다는 일본인들에 의해 1926년 4월25일부터는 상인천역으로 명명했다. 해방 후 10년이 지난 1955년 8월7일부터 동인천역으로 이름을 바꿔 오늘에 이른다.

'동인천'이란 지명은 어떻게 생겨났을까? 단순하게도 인천 중심가 동쪽이라는 얘기다. 당시엔 인천 시가지 범위가 지금의 중·동구여서 그랬다. 인천역 동쪽에 있다고 해서 동인천역으로 지었다는 설도 전해진다. 이후 인천인들은 별 생각 없이 동인천이라고 부른다.

나이 지긋한 인천인들에게 동인천은 아련한 정감을 자아낸다. 1980년대까지 역을 기점으로 이 일대는 인천에서 가장 번화한 면모를 자랑했다. 온갖 상점·음식점·술집 등이 몰려 있어 젊은 이들에겐 일종의 '해방구'와 다름 없었다. 그 무렵 동인천역 앞 축현파출소가 문전성시를 이뤄 마치 경찰서 같았다는 말을 고려하면, 주변이 얼마나 번창했는지 알게 한다. 그랬던 동인천은 이제 옛 영화를 뒤로 한 채 쇠락을 거듭한다. 구도심으로 변한 지 오래다. 1985년 인천시청이 현 중구청에서 구월동으로 이전하고, 각종 개발이 타 지역으로 확산하면서 중·동구는 원도심으로 전락했다. 세월만 탓하기엔 너무 야속한 법. 시와 구 당국에선 구도심 재건을 기치로 갖가지 정책을 짜고 있는 중이다.

동인천을 되살리겠다는 포부를 내세웠던 사업이 '동인천 역사(驛舍)'다. 역사엔 인천백화점이 들어섰는데, 주위 상인들이 합작해 1987년 만들었다. 인천백화점은 1990년대 초반까진 성업을 이뤘지만, 인천에 대기업 계열 백화점이 잇따라 선보이는 등 내외부 환경 변화로 위기를 맞았다. 결국 2001년 패션 전문 엔조이쇼핑몰로 이름·업종을 변경해 재기를 노렸으나, 망하고 말았다. 그리고 이 건물은 지금까지 폐건물로 남아 있다.

엔조이쇼핑몰이 폐점한 2009년 이래 13년 동안 흉물로 방치된 동인천 역사를 그대로 둘 수는 없는 노릇이다. 장기간 경인선 이용에 불편을 겪고, 볼썽 사나운 건물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 시민들은 착잡하다. 문제는 724억원이 묶여 있는 채권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인데, 급기야 지역 국회의원이 나서 방법을 모색하느라 동분서주한다. 국가철도공단은 점용허가 기간(30년) 만료로 국가 귀속을 결정했지만, 채권을 해결하기 힘들 만큼 복잡한 권리 관계로 소유권을 확보하기 힘들다고 한다.

과거엔 지역을 상징하기도 했던 동인천역이 도심 애물단지로 남아 있는 게 안타깝다. 어떻게 다시 원도심 '랜드마크'로 만들어낼지를 놓고 정부와 인천시가 최적의 방안을 찾았으면 싶다.

▲ 이문일 논설위원.
▲ 이문일 논설위원.

/이문일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