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물밀물

“오늘날 백성을 다스리는 자들은 오직 거둬들이는 데만 급급하고 백성을 부양할 바는 알지 못한다. 이 때문에 하민(下民)들은 여위고 곤궁하고 병까지 들어 진구렁 속에 줄을 이어 그득한데도, 그들을 다스리는 자는 바야흐로 고운 옷과 맛있는 음식에 자기만 살찌우고 있으니 슬프지 아니한가.”

다산 정약용이 1818년 완성한 '목민심서(牧民心書)' 서문에 나오는 내용이다. 목민관은 백성을 다스려 기르는 벼슬아치를 일컫는다. 여기서 심서란 목민할 마음은 있어도, 몸소 실천할 수 없다는 의미이다. 청렴은 목민관의 기본 임무이고, 모든 선의 근원이며, 모든 덕의 근본이라고 한다. 깨끗하지 않은 채 목민관 노릇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지방자치시대를 맞은 지금도 그 성공 여부 역시 목민관들에게 달렸다고 여겨진다. 무엇보다 지자체장과 지방의원, 공무원 등이 청렴한 마음과 바른 몸가짐을 가져야 한다. 지역을 위해 희생과 봉사정신으로 제 역할을 얼마나 충실히 하느냐가 관건이다. 공직자가 깨끗하면 국민에게 신뢰를 받으면서 떳떳하게 일할 수 있다. 결국 목민관의 청렴과 자기희생이 으뜸 아니겠는가.

미추홀구 주안 3동엔 사미골 마을이 있다. 사미골은 옛날 사또로 부임한 한 목민관이 굶어 죽는 백성이 없도록 자신의 재산을 털어 백성을 도왔는데, 임금이 이를 기리고자 '아름다운 선비가 태어난 마을'로 명명한 데서 전해졌다. 전후사정이야 어떻든, 인천에 이런 마을이 존재한다는 자체가 오늘을 되돌아 보게 한다.

사미골 마을은 저층 주거 밀집지다. 대개 어린이공원과 경로당을 중심으로 어린이와 어르신들이 주간 유동 인구를 이룬다. 소규모로 나뉘어진 주거 단위 탓에 골목마다 오랫동안 방치된 공간들도 엿보인다. 활용할 수 있는 개선책이 필요한 실정이다. 미추홀구가 이런 사미골 마을의 공동체 활성화를 시범적으로 꾀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구는 협치 전문 인력을 배치해 주민협치학교를 운영하는 등 '주민자치 꽃'을 피우기 위해 안간힘을 쏟는다. 곧 주민 소통 장소인 마을협력센터도 세울 계획이다.

구는 아울러 폐업한 지역 목욕탕을 복합문화공간으로, 기존 공영주차장 터를 사미골 커뮤니티센터로 만들 구상을 하고 있다. 더불어마을사업이 내 고장의 불편한 환경을 개선하는 일이라면, 공동체 활성화는 이웃과 관계를 회복하고 더 즐겁고 안전한 마을을 만들기 위한 활동이다.

주민들이 마을의 문제를 스스로 고민하고 해결하는 게 주민자치의 핵심이다. 행정기관은 협치의 자세로 온힘을 다해야 한다. 그래서 주민 역량을 키울 수 있으면 더할 나위 없겠다. 사미골 마을뿐만 아니라 인천 동네방네에 밝은 내일을 기약했으면 싶다.

▲ 이문일 논설위원.
▲ 이문일 논설위원.

/이문일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