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물밀물

코로나19는 우리 사회에 급격한 변화를 불러 일으켰다. 대표적인 것이 비대면 비즈니스와 온라인 서비스의 확대에 따른 급속한 디지털 전환이다. 디지털 전환에는 산업의 쌀인 반도체가 필수적이다. PC, 스마트폰, 서버 등 IT 제품을 중심으로 사용되던 반도체는 이제 가전제품 AI 기능, 자동차 산업, 군수용품에도 필수품이 됐다. 반도체 품귀로 인해 자동차 생산에도 큰 차질을 빚으면서 자동차용 반도체 수급 여부에 따라 생산 및 판매 순위가 바뀌기도 한다. 우리 현대·기아차가 올 상반기 글로벌 자동차 판매에서 처음으로 세계 3위에 오른 것도 반도체 글로벌 공급망을 잘 갖췄기 때문이다. 이제 반도체가 들어가지 않은 제품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로 사용범위가 확대됐다. 앞으로 메타버스, 자율주행, 사물인터넷 등 본격적인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되면 반도체 산업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

이제 세계 각국은 자국 내에 반도체 생산 거점을 두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미래 반도체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미국, 중국의 경쟁은 전쟁을 방불케 한다. 대표적인 것이 미국 주도 반도체 동맹 '칩4(Chip4)'다. 한국의 칩4 참여를 놓고 국내 수출기업의 의견은 반반으로 갈린다. 이달 대한상공회의소가 수출기업 300개사를 대상으로 시행한 조사에서 53.4%가 칩4에 '참여해야 한다'고 했지만, 나머지 절반은

'참여는 하되 당장은 보류하는 것이 낫다'(41.3%)거나 '참여하지 말아야 한다'(5.3%)고 신중론을 내세웠다. 미국의 반도체 핵심기술 확보라는 대명제와 함께 중국의 반발 모두를 고려해야 하는 '균형 잡기'가 중요한 숙제가 된 셈이다.

인천의 최대 수출품목은 반도체다. 2021년 기준 122억 달러를 수출해 전체 수출의 26.5%를 차지했다. 1200여 개의 반도체 관련 기업이 인천에 있다. 반도체 후공정으로 분류되는 패키징(반도체 칩을 탑재시킬 기기에 맞는 형태로 만드는 기술) 업체들이 대부분이다. 후공정 분야의 대표적인 기업인 앰코테크놀로지와 스태츠칩팩코리아, 글로벌 반도체 장비기업인 한미반도체 같은 대표기업이 인천에 소재한다. 한미반도체의 경우 일본에 전량 수입을 의존하던 반도체 패키지용 '듀얼척 쏘(Dual-chuck Saw)' 장비를 국내 최초로 국산화 개발에 성공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인천시는 '반도체 세계 초일류도시', 'K-반도체 패키징의 메카'를 목표로 지역 기업과 힘을 모으고 있다. 인천시는 기술개발 지원, 전문인력 양성, 펀드 조성 등으로 지속가능한 생태계를 마련하기 위해 기술개발에 대한 지원과 인력양성 등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전방위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구상이다.

▲ 김칭우 논설실장.
▲ 김칭우 논설실장.

/김칭우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