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근 공장 온폐수 유입으로
남미종 '구피' 서식 이슈되자
몰래 반려생물 버리는 일 늘어
시민·지자체, 감시·고발까지
▲ 이천 죽당천./인천일보DB
▲ 이천 죽당천./인천일보DB

4년 전 남미 열대어 구피(guppy)가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돼 전국적으로 이슈가 된 이천시 죽당천이 '반려동물 유기 현장'이라는 오명을 안게 됐다.

집에서 키우던 반려 물고기를 이곳에 몰래 방생하면서 다양한 종의 열대어 서식지가 돼버렸기 때문이다.

급기야 유기 행위에 대해 시민과 지방자치단체가 나서 고발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29일 이천시 주민 등에 따르면 이천시 부발읍 죽당천 상류 500m 지점에서 구피뿐 아니라 새로운 열대어를 봤다는 목격담이 이어지고 있다.

열대어 중 가장 대중적인 플래티와 등지느러미 모양이 돛(sail)을 닮은 세일핀몰리 등이다.

열대어는 통상 수온 20~25도에 사는 외래종이다. 한국은 겨울철 수온이 15도 아래로 떨어져 생존할 수 없다.

국립생태원이 2019년 죽당천의 외래생물정밀조사를 했는데, 구피 6000여 마리가 사는 것으로 조사됐다.

레드쥬얼, 세일핀몰리, 플래티 등도 서식이 확인됐다. 당시에 해당 물고기의 개체 수는 모두 합해 30마리가 채 안 됐다.

그런데 3년 사이 낚시꾼 손에 쉽게 잡힐 정도로 구피 이외의 열대어가 왕성히 번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온라인 카페에서는 “죽당천에서 블루테일(푸른빛이 도는 구피의 한 종류)”이라는 글과 함께 사진까지 첨부되고 있다.

특히 3년 사이 100mm이상 폭우가 내리는 등 과정에서 하천 일대가 여러 차례 초토화 됐으나, 열대어가 살아 있는 생태계는 변화하지 않고 있다. 그만큼 물고기를 여기에 풀어주는 '유기족'이 많다는 것으로 추정된다.

결국 행태를 고발하는 시민도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죽당천 인근을 지나던 한 시민은 천변에 구피를 버리고 있는 A씨를 목격했다.

이 시민은 사진과 동영상을 찍어 즉각 이천시에 신고했다. 신고를 접수한 A씨를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죽당천에서 물고기 유기를 감시하는 시민들까지 있다.

이천시 관계자는 “주기적으로 물고기 유기를 신고하는 시민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시는 직접 수시로 관리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천시 관계자는 “구피는 생태계 교란 우려는 없다”면서도 “신고가 들어오면 내용을 토대로 고발 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구피 서식지인 죽당천 상류 약 300m 떨어진 지점에 모 기업 공장의 온폐수 배출구가 있다. 배출구에서 27도 정도의 온폐수가 나와 하천 수온이 겨울철에도 높게 유지된다.

이에 죽당천은 구피 등 열대어가 서식하고 있다는 사실이 2018년 동호인 등으로부터 확산했고, 한때 '구피천'이란 별명과 함께 유명세를 탔다.

다만 환경부 조사 결과, 구피가 특정 하천 구간을 벗어나 생존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분석됐다.

/이경훈 기자 littli18@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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