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물밀물

인천의 프로야구(1982년 출범)는 도원야구장에서 시작됐다. 인천 연고 삼미 슈퍼스타즈가 첫 게임을 할 때부터 지역 야구 팬들을 불러모았다. 숭의종합경기장 안에 포함됐지만, 도원동(중구)에 있다고 해서 도원야구장으로 불렸다. 일제 강점기인 1934년 야구장 시설을 갖추고 문을 열어 깊은 역사를 자랑한다. 개장한 지 74년 만인 2008년 9월 철거되기까지 유일한 인천지역 야구장이었다.

도원야구장은 국내 야구장 중 가장 작았다. 좌우 91m, 중간 110m로 선수들이 홈런을 때리기에 아주 좋았다. 그래서 외야 담장을 높이는 등 규모적 단점을 해결하는 듯했다가, 공격 야구를 선보이겠다며 외야를 다시 낮추기도 했다. 아무튼 도원야구장은 삼미 슈퍼스타즈-청보 핀토스-태평양 돌핀스-현대 유니콘스-SK 와이번스로 이어지면서 이들의 홈 구장 구실을 해왔다.

도원야구장이 수명을 다한 때는 2002년. 인천SK행복드림구장(문학야구장)이 개장하면서다. 올해로 꼭 20년을 맞은 셈이다. SK 와이번스는 2001년 도원야구장을 떠나 홈 구장을 이전했다. 국내 야구장 중 처음으로 '관중 친화적 환경'을 만들었다는 평을 들었다. 야구를 먹을거리와 놀거리로 접목해 전혀 새로운 모습을 보였다. 지금은 전국 곳곳에 초현대식 야구장이 생기면서 '최신 구장'이란 타이틀은 반납한 상태다.

이후 SK 야구단은 2021년 2월23일 신세계그룹 이마트에 1352억여원에 매각됐다. 그러면서 자연히 SK의 명명권 사용도 끝났다. 신세계그룹은 그 해 3월 구장 명칭을 '인천SSG 랜더스필드'로 정했다. 미추홀구 문학동에 위치한 문학야구장은 이제 한국프로야구 SSG 랜더스 홈 구장이다.

이런 인천 프로야구 홈 구장 역사가 서구 청라국제도시로 옮겨간다. 프로야구단 SSG 랜더스를 운영 중인 신세계그룹이 청라에 프로야구 경기와 공연 등을 펼칠 멀티 스타디움 돔구장을 짓겠다고 공식화해서다. 유정복 인천시장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지난 24일 야구경기를 위한 돔구장 건설을 포함해 스타필드청라와 연결되는 지하철 7호선 역사 추가 신설 등 각종 사업에 포괄적인 협력을 하기로 합의했다. 돔구장은 2만석 규모로 2027년 준공 목표다. 경기장이 비는 시즌엔 K-pop과 해외 유명 아티스트 공연, e-스포츠 국제대회 등으로 채우기로 했다.

그런데 장밋빛 청사진만 존재하는 건 아니다. 문학야구장에 대한 구체적 활용 방안이 없어 '한계'란 지적이다. 무엇보다 근처 상권 붕괴 우려를 낳아 이를 활성화하는 일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른다. 돔구장을 다 짓기 전에 체육 시설 재배치는 물론 문학구장 주변 공동화를 막도록 세심한 방안을 세워야 할 터이다.

▲ 이문일 논설위원.
▲ 이문일 논설위원.

/이문일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