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있어요 잘 있어요/그 한마디였었네/잘 가세요 잘 가세요/인사만 했었네/달빛어린 호숫가에 앉아/내 님 모습 나 홀로 새기며/또 다시 오겠지 또 다시 오겠지/기다립니다/잘 있어요 잘 있어요∼”

“어쩌다 한 번 오는 저 배는/무슨 사연 싣고 오길래/오는 사람 가는 사람/마음마다 설레게 하나/부두에 꿈을 두고 떠나는 배야/갈매기 우는 마음 너는 알겠지/말해다오 말해다오/연안부두 떠나는 배야∼”

이현이 1973년 열창한 '잘 있어요'와 김트리오가 1979년 부른 '연안부두'란 대중가요다. 당시 두 노래는 국민들의 사랑을 받으면서 공전의 히트를 쳤다. 그런데 이들 노래는 스포츠와는 무관한 가사를 다루지만, 야구 응원가로 특히 유명하다. 인천에서 만큼은 더 그렇다.

'잘 있어요'는 1970년대 고교야구를 열던 동대문야구장에서 동문과 인천 출신 등이 목청껏 내지르던 노래다. 소싯적 인천고와 동산고가 전국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구장에 가서 이 응원가를 불렀던 기억이 새롭다. '연안부두'는 프로야구를 시작한 1980년대부터 지금까지 도원·문학야구장에서 인천인들이 즐겨 부르는 가요다. 경기에서 상대 팀이 지고 가라는 묘한 여운을 간직한 이들 노래는 마치 인천을 대표하는 것처럼 들리기도 한다.

인천사랑운동시민협의회가 '인천가(歌)'를 만들자고 팔을 걷어붙였다. 인천인들이 잘 부를 수 있는 노래를 하나쯤 갖고 있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전국적으로 '돌아와요 부산항에', '대전부르스', '서울 서울 서울' 등 자기 지역을 상징하는 노래들이 있는데, 유독 인천엔 지역 정체성을 담은 대중가요가 없다. '연안부두'는 인천의 노래라고 선뜻 내세우기 어렵다고 한다. 그 단어는 전국 어느 항구에나 있는 보통명사인 데다, 노랫말 어디에도 인천을 떠올리게 할 대목이 없어서다.

인천사랑운동시민협의회는 우선 노랫말을 시민 공모를 통해 선정하고, 이후 곡을 만들 계획이다. 9월19일까지 모집 중인 '인천의 노래' 가사 공모전엔 인천시민은 물론 지역 제한 없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형식이나 길이에 관계 없이 1절부터 3절까지 구성해 신청하면 된다. 좋은 노랫말이 뽑히면, 내년에 그를 바탕으로 곡(曲)을 공모해 노래를 완성할 계획이다. 대상 300만원, 금상 200만원, 은상 100만원, 동상 60만원을 준다.

'인천' 하면 떠올리게 하는 가요를 만들겠다는 인천사랑운동시민협의회의 의지가 가상하다. 노랫말을 꾸리는 과정에서, 전문 음악인이나 관(官) 주도보다는 시민 손에 맡기기로 한 점도 남다르다. 공모 참여 시민들이 '내 고장 인천'의 정신은 무엇인지를 되새겨보는 슬기를 발휘했으면 싶다.

▲ 이문일 논설위원.
▲ 이문일 논설위원.

/이문일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