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 후루사와 다케후미(47)씨가 최근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삼미 슈퍼스타즈의 전설적인 투수 장명부(1950∼2005) 선수의 유니폼·모자 등을 기증했다. 장명부 관련 다큐멘터리 '현해탄의 낙엽'이 인연이 됐다. 현해탄의 낙엽은 이영곤(29) 감독이 일본 무사시노미술대 영상학과 유학시절 장명부의 흔적을 모아 제작한 야구 다큐멘터리다.

5년 전 지인으로부터 장명부가 현역 시절 입었던 유니폼 등을 받은 후루사와씨는 이 감독의 기증제안을 선뜻 받아들였다고 한다. 이 감독은 후루사와씨와의 인천일보 인터뷰에 동석해 “한국 야구에 중요한 유산이라며 기증을 제안했는데, 후루사와씨가 흔쾌히 수락했다”고 말했다.

도쿄에 사는 후루사와씨는 2004년부터 한국 프로야구 소식을 전하는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해마다 서너 번씩 야구경기를 위해 한국을 찾았다. SK 와이번스가 인천팀으로 창단한 2000년 8월 장명부가 활약했던 숭의야구장을 방문하기도 했다.

장명부는 1970년 일본 프로야구 최고 명문팀 요미우리에서 데뷔한 뒤 난카이, 히로시마에서 15시즌 339경기에 출전해 91승84패9세이브, 통산 평균자책점 3.68을 기록했다. 이중 217경기에 선발로 나서 61완투, 13완봉승을 기록했던 철완이었다. 투수 평균 구속이 시속 140㎞에 못 미치던 1980년대 초반, 140㎞대 중후반의 구속으로 일본 프로야구를 호령하던 장명부의 등장은 한국 프로야구사의 한 획을 그었다.

만년 꼴찌였던 인천 연고 삼미 슈퍼스타즈의 슈퍼스타였던 장명부는 1983년 시즌 최다 이닝 등판(427⅓이닝), 시즌 최다경기 완투(36경기), 시즌 최다승(30승), 시즌 최다패(16패) 등 한국 프로야구 역사에 길이 남을 대기록을 남겼다. 지금까지 깨지지 않고, 앞으로도 희박하다. 최다 이닝 등판기록은 절대 깨져서도 안된다. 빈볼도 서슴치 않았던 그는 그래서 현역 시절 너구리라는 별명을 얻었다.

말년은 초라했다. 그는 2005년 일본 아카야마현의 작은 마을 사무실 소파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향년 55세. 사건현장 당시 벽에는 '落ち葉は秋風を恨まない(낙엽은 가을바람을 원망하지 않는다.)'는 문구가 남아 있었다 한다.

올해 한국 프로야구 출범 40년을 맞았다. 인천은 야구 전파지로, 구도로 명명되고 있다. 하지만 변변한 야구박물관 하나 없어 장명부의 유니폼과 모자는 타지에 전시될 운명이다. 한국야구명예전당은 2024년 부산에 들어선다.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야구박물관처럼 최소한 인천 연고팀 야구박물관이라도 있었으면 하는 것이 인천야구팬들의 바람이다.

▲ 김칭우 논설실장.
▲ 김칭우 논설실장.

/김칭우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