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기지, 폴란드 대원 조난 구조
남극 정신, 극한 환경서 '인간 생존' 협력
▲ 이동재 남극세종과학기지 대원과 폴란드 대원들.

월동의 중간지점인 동지가 지나고 다시 점점 해가 길어지고 있는 시점이다. 물리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고립된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기지 대원들 모두 개개인별로 다양한 노력은 하지만 결국 반복되는 일상에 몸부림치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 예상하지 못한 반가운 손님이 찾아오면서 잊고 있던 남극생활의 의미를 다시한번 되새겼다.

“King Sejong, King Sejong”, “This is Arctowksy, Can you hear us? Over”

해는 이미 4시에 사라졌고 월광도 없어 시야확보가 안되는 상황에서 체감온도는 -20도인 한밤중, 16번 라디오 채널에서 우리 기지를 부르고 있었다. 블리자드 때문에 야외 활동이 대부분 제한되는 남극 겨울의 어느 밤 21시쯤, 긴급한 상황에만 사용하는 16번 라디오 채널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는 건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저녁을 많이 먹고 당직근무를 서고 있던 필자는 스스로 헛것을 들었다는 의심이 있었지만 혹시 몰라 16번 채널로 세종과학기지를 불렀던 사람들을 다시 불렀다.

“Last Calling Station, this is King Sejong. This is King Sejong, Over”

“This is a distress signal from Arctowksy. Can you help us?”

▲ 조난 당한 폴란드 대원들.

명확하게 조난 신호였고 세종과학기지에 도움을 요청하고 있었다. 세종기지에서 약 15㎞ 떨어진 폴란드 Arctowsky 기지의 월동대원 3명이 조난을 당한 것이다. 5㎞ 떨어진 마리아 소만 위의 빙하에서 지질연구활동을 하던 중 운용하던 스노우모빌 2대가 크레바스에 빠져 돌아가지 못하고 가까운 기지에 도움을 청한 것이다. 크레바스 사고 지점에서 세종기지까지 4시간 넘게 걸어온 상태로 구조 요청을 했던 폴란드 대원 3명은 탈진 및 약한 저체온증상이 있었지만 다행히 건강상에는 큰 문제는 없었다.

세종과학기지가 위치한 남극 킹조지섬은 대한민국의 세종과학기지를 포함, 8개국의 상주기지가 위치하고 있다. 대한민국 세종과학기지만 제외하면 코로나 발생 이전처럼 각국 기지들은 활발한 교류를 하고 있다. 극한의 환경에서 살아남아야 되기 때문에 모든 기지가 이데올로기, 국제정세 등에 상관없이 인간의 생존을 위해 협력하며 생활하고 있다. 폴란드 대원들이 안전하게 일주일 간 세종과학기지에서 회복하고 돌아 갔다는 사례 또한 남극정신에 따른 국제교류가 잘 지켜지고 있다는 것을 상기시켜주었다. 월동대, 그리고 남극대륙의 모든 과학자들에게 반가운 손님이다.

/ 이동재 남극세종과학기지 대기과학 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