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앞에서 인간은 나약하다
▲ ★ 개(犬)에게서 밥그릇(器기)을 빼앗으면(口+口) 그때 통곡(哭곡)한다. / 그림=소헌

장마가 지루하게 계속되던 어느 날, 동만의 집에 국군으로 전쟁터에 나간 외삼촌이 전사하였다는 연락이 온다. 서울에서 피난 내려와 머물고 있었던 외할머니는 아들을 잃은 충격을 못 이기고 빨치산에 대한 저주를 퍼붓는다. 이런 행동으로 인해 친할머니는 노발대발한다. 빨치산으로 산속에 숨어 지내는 아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두 할머니는 심하게 반목하게 된다. 가족들은 숨을 죽였고 집안에는 으스스한 냉기가 감돌았다. 빨치산 소탕작전 중에도 친할머니는 점쟁이의 말에 따라 아들을 맞을 준비를 서두른다. 아들이 나타난다는 그날이 되었으나 아들 대신 상처 입은 구렁이 한 마리가 집 안으로 들어와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다. 외할머니는 졸도한 친할머니를 대신해 정성껏 구렁이를 달래 보낸다. 깨어난 친할머니는 외할머니에 대한 미움을 거두고 화해한다. 그리고 일주일 후 세상을 떠난다. 길고 긴 장마가 그친다. - 윤홍길 作 「장마」.

 

偃(언)은 쓰러뜨리거나 눕힌다는 뜻이며 武(무)는 전쟁에 쓰는 무기를 뜻한다. 무기를 눕힌다는 속뜻은 뽑아 들었던 칼을 도로 칼집에 넣는 것이며, 핵무기 보유국가들이 핵을 폐기하는 것을 말한다. 노자의 도덕경은 매우 상징적인 문장으로 쓰여 있다. 하지만 제31장 偃武(언무-무기를 눕혀라)에서 노자는 춘추전국시대에서 자행했던 전쟁이나 그로 인하여 나타나는 장례에 대한 직접적인 화법을 전개했다. 본문에서 왼쪽은 양(陽.동쪽)이고, 오른쪽은 음(陰.서쪽)을 가리킨다.

무릇 성능이 좋은 무기는 상서롭지 못하다. 사람들은 모두가 무력을 미워한다. 그렇기에 도를 지닌 사람은 거기에 머무르지 않는다. 군자는 평소에 왼쪽을 귀하게 여기지만 무력을 쓸 때는 오른쪽을 귀하게 여긴다. 모든 전쟁 무기는 상서롭지 못한 것으로 군자가 쓸 것이 못 된다. 부득이하게 그것을 써야 할 경우는 염담(욕심이 없고 마음이 깨끗함)하게 쓰는 것을 상책으로 여긴다. 전쟁에 이겨도 자랑하거나 미화하지 말아야 한다. 그것을 미화하는 자는 살인을 즐기는 자와 같다. 대체로 살인을 즐기는 자가 어찌 천하에 큰 뜻을 펼 수 있겠는가? 길한 일에는 왼쪽을 높은 자리로 하고 흉한 일에는 오른쪽을 높은 자리로 한다. 부관장군은 왼편에 자리하고 상장군은 오른편에 자리한다. 이는 장사지내는 상례로 여기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죽었으니 애도하는 마음으로 임하고 전쟁에 이겼어도 장례는 이렇게 치러야 한다.

(夫佳兵者 不詳之器. 物或惡之 故有道者不處. 君子居則貴左 用兵則貴右. 兵者不詳之器 非君子之器. 不得已而用之 恬淡爲上. 勝而不美 而美之者 是樂殺人. 夫樂殺人者 則不可得志於天下矣. 吉事尙左 凶事尙右. 偏將軍居左 上將軍居右. 言以喪禮處之. 殺人之衆 以悲哀泣之. 戰勝以喪禮處之. 「道德經」 第31章-偃武)

 

器 기 [그릇 / 도구 / 무기]

①器(기)는 개고기(犬견)를 그릇 네 개(口+口+口+口)에 나누어 담아낸 모습이다. ②개는 주인에 대한 복종심이 가장 큰 짐승이다.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개는 주인이 아파도 울지 않는다. 개가 울 때는 단 한 번뿐이다. 개(犬)에게서 밥그릇(器기)을 빼앗으면(口+口) 그때야 비로소 통곡(哭곡)한다.

최근 80년 만에 수도권지역으로 물 폭탄이 떨어졌다. 이렇게 기록적인 폭우로 인해 반지하 주택이 물에 잠겼고 지하철 운행은 중단되는 등 큰 혼란이 벌어졌다. 자연 앞에서 인간은 나약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제대로 된 대책을 마련하고 해를 당한 이들을 총력을 다해 지원하라.

▲ 전성배 한문학자·민족언어연구원장·<수필처럼 한자> 저자.
▲ 전성배 한문학자·민족언어연구원장·<수필처럼 한자> 저자.

/전성배 한문학자·민족언어연구원장·<수필처럼 한자> 저자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