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야성은 옛말…차갑게 식은 유흥가 상권

나이트 폐업 '침체' 신호탄…1층 텅텅·'임대 현수막' 즐비
빈자리 채운 오피스텔·상가 건물…임대료만 올라
올 2분기 중대형상가 공실률 26.2%…인천서 가장 높아
관계자 “유흥가 이미지 벗어나 새로운 상권으로 변해야”
▲ 유흥주점에 특화해 발전한 간석오거리 상권이 코로나19 이전부터 유명 나이트들이 폐업하면서 찾는 사람들이 줄어들어 침체기에 접어들었다. 11일 인천 남동구 간석오거리 인근 유흥가 거리가 한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양진수 기자 photosmith@incheonilbo.com

인천 남동구 간석오거리 유흥가를 대표하던 명동나이트가 지난 2019년 문을 닫고, 이 자리에는 오피스텔이 들어섰다. 금강산나이트를 포함해 근처 나이트들도 하나둘 폐업하고 철거가 진행 중이다.

8월 초 나흘 동안 둘러본 간석오거리 상권에는 없어진 나이트들을 중심으로 어딜 가나 임대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상가 공실은 위층부터 아래로 내려오기 마련인데 이 동네에는 1층 점포도 주인을 못 찾아 수년째 비어 있는 일도 허다했다.

간석오거리 상권이 휘청이기 시작한 건 유흥가 몰락에 원인이 있다고 주변 상인들은 증언한다. 간석오거리 유흥의 큰 형님뻘인 나이트들이 사라지면서 이들로 형성된 먹거리 상권이 본격적으로 위기를 맞았다는 설명이다.

폐업한 나이트 인근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A씨는 “유흥주점들이 문을 닫기 시작한 2019년부터 매출이 계속 떨어졌다”고 말했다.

인천 주요 원도심 상권 불경기가 어제오늘 일은 아니라고 해도 간석오거리 일대 사례는 좀 더 암울하다. 부평과 구월동 등 상권에선 유흥시설과 함께 젊은 세대 유입이 가능한 업종들이 비교적 다양하게 자리하는 데 비해 간석오거리는 유흥시설에 특화된 부분이 상권 이미지 한계점으로 작용한다.

한국부동산원이 집계한 자료를 보면, 올해 2분기 간석오거리 상권의 중대형상가 공실률은 26.2%로 한국부동산이 파악 중인 인천 상권 가운데 가장 높다. 구월동과 부평은 공실률은 각각 9.6%, 15.9% 정도다.

간석오거리 한 노래클럽 관계자는 “유명나이트의 폐업과 함께 인근 유흥업소들도 문을 많이 닫는 상황에서 코로나19까지 겹쳐 유흥가 침체는 가속화됐다”며 “코로나19 시기에 영업시간 제한이 없는 수도권 외 지역으로 내려간 직원들에 대한 인력 충원이 아직 이뤄지지 않아 지금은 손님이 와도 받을 수 없다”고 밝혔다.

간석동에서 20년째 숙박업소를 운영하는 B씨는 “2010년대만 해도 주차하기 위해서라도 숙박업소를 찾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유흥업소 침체로 매출이 절반가량 줄었다”고 토로했다.

사라진 유흥업소 대신에 들어서는 신축 건물들은 상권 임대료만 높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간석오거리 상권의 중대형상가 평균 임대료는 지난해 하반기와 비교해 1㎡당 1100원 증가한 2만1600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부평은 1㎡당 200원 떨어진 4만원이며, 구월동은 2100원이나 떨어져 3만 3500원이다.

2021년 9월 기준으로 인천 남동구 내 단란주점은 총 294개인데, 이 중 절반에 가까운 150개가 간석오거리 상권에 위치했다. 유흥주점이 비정상적으로 몰려 있는 간석오거리 상권에 활로가 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간석오거리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유흥업소 인기가 예전 같지 않으면서 여기서 파생되는 구매력도 높지 않아서 실제로 가게들이 자주 바뀌고 있다. 노후화된 건물들과 오래된 상권이라는 이미지도 상권 침체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것 같다”며 “유흥가 이미지에서 벗어나는 새로운 상권으로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변성원 수습기자 bsw906@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