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현준 영화국제관광고등학교 교장<br>
▲ 이현준 영화국제관광고등학교 교장.

상하탱석(上下撑石)은 윗돌 빼서 아랫돌 괴고, 아랫돌 빼서 윗돌을 괸다는 뜻으로 몹시 꼬이는 일을 당하여 임시변통으로 이리저리 맞추어 나감을 이르는 말이다.

정부의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정책 개편 추진을 지켜보면서 아랫돌을 빼서 윗돌을 괴는 상하탱석의 교육 예산정책으로 인해 유·초·중등 교육의 질적 저하와 미래 교육을 위한 혁신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우려가 든다.

교육교부금은 지방자치단체가 교육기관 및 교육행정기관을 설치·경영하는 데 필요한 재원을 국가가 지급해 지역간 교육의 균형 있는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1971년 도입된 제도이다.

교육교부금은 내국세와 연동하여 20.79%만큼 일괄 지급하는 방식이었기에 외부 환경의 영향 없이 안정되게 교육 예산이 지급되는 긍정적인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정부는 만 6~17살 학령인구는 매년 감소하는데 유·초·중등에 투입되는 지방재정교부금은 꾸준히 불어나 고등·평생교육과 투자 불균형이 심화되는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교육교부금의 연동 방식이 학령인구 감소에도 불구하고 과잉 투입되어 초·중등 교육 현장에 불용예산이 적체되는 것과 상대적으로 대학과 평생교육기관의 예산 부족이 심화되었다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유·초·중등 교육에 투입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일부를 대학과 평생교육으로 전환하는 내용의 개편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대학과 평생교육을 위한 예산 증액에 대해서는 의심할 여지가 없는 대한민국의 교육 경쟁력을 위한 필요한 선택이라고 본다. 단, 유·초·중등에 지급되어야 할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빼서 윗돌을 괴는 정책에는 문제가 있다고 본다.

아직도 교도소보다 못한 19세기 학교 건물에서 21세기 학생들이 공부하는 현장을 냉정하게 보았으면 한다. 광속으로 변하는 세상을 쫓아가기에 턱없이 부족한 엔진의 공교육이 혁신적인 강력한 엔진을 장착해야 할 과제들을 보았으면 한다. 교육관 욕구를 해결하기 위한 우물은 파고 파도 끝이 없다. 교육 예산의 양적 충분성보다 중요한 것은 시기 적절성과 질적 적절성일 것이다.

일선 학교는 아직도 목이 마르다. 칠판 앞에 교과서를 들고 있는 교단으로는 교육의 한계에 이미 봉착해 있기에 학교는 머릿가죽을 벗기는 혁신의 과제 앞에 서 있다. 현재의 교육 비용보다 미래를 담보할 교육을 위한 혁신 비용을 간과한다면 그 변화는 더딜 것이고 공교육의 부실은 돌파구를 찾지 못할 것이다.

더구나 코로나19를 경험하는 이 시기는 변화의 골든 타임이다.

교육 주체가 코로나19를 경험하며 교육 혁신의 필요를 인정하고 시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시기가 혁신을 위한 적시(適時)라면 정부의 교육예산 정책의 방향성은 재고되어야 마땅하다.

한계의 벼랑 끝에 서 있는 대한민국 공교육은 갈 길이 멀다. 교육재정교부금의 양적 판단보다 적절한 집행을 위한 고민이 먼저일 것이다.

유·초·중등의 교육 예산을 빼서 대학과 평생교육에 필요한 재원으로 쓰는 게 아니라 전체 교육 예산의 증액을 통해 문제의 근본을 해결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미래교육을 위한 바른길이라고 생각하며, 학교 현장을 깊숙이 바라보는 교육 정책을 기다린다.

/이현준 영화국제관광고등학교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