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이수현님은 2001년 1월 26일 일본 소재 전철역에서 취객이 반대편 선로상에서 추락한 것을 목격하고 구조하기 위해 선로에 뛰어내려 구조하던 중 사망하였음” 보건복지부 의사자추모관(http://www.mohw.go.kr/memorial/)에서 '이수현'을 검색하면 나오는 '구조행위내용'이다. 너무 무미건조하다는 불만과 어설픈 감상보다 절제의 미덕이 낫다는 판단이 순간 엇갈린다. 올해 1월 도쿄 신주쿠 신오쿠보역에서는 이수현 의인을 기리는 묵념이 올려졌다. 인근 행사장에서는 추모 음악회와 고인을 모델로 한 영화의 상영회도 열렸다고 한다. 21년 동안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추모식이 열리고 있다.

“故 전재규님은 2003년 12월 남극 세종기지의 동료들의 조난사고 구조대원으로 동참하여 수색 중 구조선이 전복되어 사망하였음” 젊은 과학자 전재규 씨는 2003년 12월 눈폭풍으로 길을 잃고 남극 세종기지 인근 섬에 비상 상륙한 동료들을 구하러 나섰다가 생명을 잃었다. 고인은 세종기지에서 숨진 첫 한국인이자 의사자다. 극지연구소는 해마다 '전재규젊은과학자상'을 통해 고인을 기린다.

“故 임세원님은 2018년 12월 31일 조현병환자가 진료 중 흉기를 꺼내자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피신 할 수있도록 위험상황을 알리다가 흉기에 찔려 사망하였음” 강북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였던 고인은 환자의 흉기 난동 와중에도 간호사들의 생명을 살리고 자신은 희생됐다. 그런데 고인의 구조행위일은 2018년 12월 31일이나, 심의결정년도는 2020년이다. 보건복지부가 '고인의 적극적 구조행위가 없었다'는 이유로 의사자 인정을 거부했기에, 행정소송까지 거치고 나서야 결정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한국명이 김유진인 올즈보이오강거(사고 당시 18세) 씨는 한국인과 재혼한 몽골인 어머니를 따라 한국에 왔다. 올즈보이오강거 씨와 이모 다와 씨는 2011년 7월 27일 폭우로 배수구가 막힌 이웃 할머니를 돕다가 급류에 휘말려 숨졌다. 이들도 의사자지만 추모관에는 없다. 추모관에는 현재 유족이 동의한 의사자 158명만 등재되어 있다.

지난 7일 이천시 관고동 투석병원 화재로 숨진 현은경 간호사의 영결식이 거행됐다. 현 간호사는 의족을 해야 하는 투석환자의 대피를 돕다가 출입구 근처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동료 간호사들과 대한간호학회는 생애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한 의인 현 간호사가 행여 임세원 교수의 경우처럼 의사자로 인정받지 못할까 봐 걱정하는 듯하다. 의로운 희생은 더 널리 더 오래 기억되어야 한다.

▲양훈도 논설위원.
▲양훈도 논설위원.

/양훈도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