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8년 IMF 관리체제 여파로 회사가 부도가 난뒤 머리를 식힐겸 인천에서 배를 타고 중국으로 여행을 잠시 다녀왔다.
 여기서 보따리무역을 하는 사람들을 우연히 알게됐고 지금 소위 어엿한 중견 다이공(代工)으로 행세하고 있다.
 시작할 때 만해도 나의 행세가 부끄러워 친구나 가족들에게 말도 못한 채 인천과 중국간을 쉼없이 다녔다.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에서 만든 핸드폰, 볼펜, 보온병 등을 중국으로 가져가 팔면서 무역인의 한사람으로서 자부심을 느끼기도 했다.
 중국으로 가져가는 제품들은 대부분 시화공단이나 반월, 남동공단에 있는 중소기업들이 생산한 제품들이다.
 내 자신이 중소기업을 운영해서 알지만 외국과 정상적인 무역이 얼마나 어렵다는 점을 아는 나로선 보따리무역이야 말로 중소기업들에게 새로운 생존을 모색할 수 있는 길이란걸 경험을 통해 알게됐다.
 나와 같은 상인들은 물건을 의뢰받으면 처음에는 샘플형식으로 조금씩 가져가다 반응이 좋아지면 점차 양이 늘다가 본격적인 무역이 성사될 때쯤이면 우리 손을 빌리지 않고 회사가 직접 나서게된다.
 이런 가운데 남동공단에 있던 한 기업은 중국에 현지공장까지 만들면서 성공의 길을 걸은 것도 목격했다.
 보따리무역이 한창 좋을 때는 한사람이 컨테이너 몇개씩의 물량을 한꺼번에 중국으로 가져갈 때도 있다.
 그러나 최근 모신문사의 보따리상인에 대한 기사는 이같은 상인들의 작은 터전을 완전히 짓밟았다.
  더욱이 일부 몇몇 상인들의 문제를 마치 전체 상인들이 이같은 불법을 저지른 것처럼 확대해석하면서 보따리무역을 밀수의 온상인 것처럼 지적했다.
 이번 기사는 나와 같이 소박한 자부심을 가지고 뱃길에 종사해온 많은 선량한 상인들의 꿈을 저버리게했다. 나는 이제 배를 타지 않으려 한다.
 하지만 한번쯤 배를 타고 보따리상인들이 중국으로 실어나르는 물품의 양을 보고 과연 국익을 위해 어떤 길이 바른 길인지 한번쯤 생각해 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김은수·인천시 남동구 만수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