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사구팽' 청년 정치인 정치생명 민심에 달려
▲ 솥( 향)에 불( 화)을 지펴 죄인을 삶는(烹팽) 형벌이 팽형(烹刑)이다.  /그림=소헌
▲ 솥(亯향)에 불(灬화)을 지펴 죄인을 삶는(烹팽) 형벌이 팽형(烹刑)이다. /그림=소헌

“냅둬라! 저런 애들도 있어야지 없으면 니들 커서 세상 궂은 일 누가 하냐?” 1984년 고등학교 3학년 교실. 수업 시간에 잠자는 박태수(조인성 扮)를 옆에 앉은 친구가 깨우려 하자 오히려 깨우지 말라는 담임선생님이 말했다. 양아치였던 아버지가 검사에게 쩔쩔매는 모습을 본 태수는 열심히 공부하여 사법고시에 합격하여 검사가 되었고 평범하게 공직생활을 한다.

얼마 후 양동철 검사(배성우 扮)는 태수를 회유하며 한강식 검사(정우성 扮) 라인에 탈 것을 제안하는데, 결국 태수는 자신의 신념을 버리고 한배를 탄다. 태수는 한강식 아래에서 묵혀놓았던 전략적 이슈들을 하나씩 터뜨리며 자기가 꿈꾸었던 1%의 검사 생활을 시작한다. 하지만 그들의 행보가 그대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검찰 내부에서 정황을 파악한 것이다. 한강식은 ‘꼬리 짜르기’ 수법을 써서 태수와 그의 친구인 목포 깡패 최두일(류준열 扮)을 제거하려 한다.

야당 국회의원 후보인 태수는 종로에서 정치를 시작하겠다는 기자회견을 통해 한강식과 목포 들개파와의 유착관계를 폭로한다. 그러면서 단숨에 정치스타로 떠오른다. 그렇게 서울 종로에서 여당 5선 의원과의 지지율이 오차범위 내로 좁혀진다. 출구조사를 지켜보는 태수, 결과는 5초 후에 뜬다. “내가 당선되었냐고? 떨어졌냐고? 그건 나도 궁금하다. 왜냐하면 그건 당신이 결정할 일이니까. 당신이 이 세상의 왕이니까.” - 영화 <더 킹> 줄거리.

노자가 추구하는 道의 궁극적인 실체는 ‘無’다. 따라서 노자의 정치철학는 무위(無爲)로 귀결된다. 無(무)는 아무것도 없음이며 爲(위)는 자연에 거스르는 인위人爲를 뜻한다. 도덕경 제29장 無爲(무위-인위를 가하지 않음)에서는 위정자의 근본적인 정치관을 설명하고 있다.

천하를 취해서 백성을 강제로 억누르려고 한다면 나는 불가능하다고 본다. 천하는 사람이 어찌할 수 없는 신기한 그릇이다. 억지로 취할 수 없고 움켜쥘 수도 없다. 억지로 취하려면 망가지고 움켜쥐려면 없어진다. 따라서 성인은 無爲로써 무너뜨리지 않고, 움켜쥐려고 하지 않으므로 잃지도 않는다. 무릇 천하의 만물은 특색이 있다. 어떤 것은 앞서가고 어떤 것은 뒤쫓아간다. 어떤 것은 숨을 내쉬고 어떤 것은 숨을 들이쉰다. 어떤 것은 힘이 강하지만 어떤 것은 힘이 약하다. 어떤 것은 안정되었으나 어떤 것은 위태롭다. 그러므로 성인은 무위자연의 도를 따라 항상 사사로운 짓을 하지 않고 사치를 물리치고 교만을 멀리한다.

(將欲取天下而爲之 吾見其不得已. 天下神器 不可爲也 不可執也. 爲者敗之 執者失之. 是以聖人無爲 故無敗. 無執 故無失. 夫物 或行或隨. 或歔或吹. 或强或羸. 或載或隳. 是以聖人去甚 去奢去泰. 「道德經」 第29章-無爲)

 

烹 팽 [삶다 / 팽형烹刑]

①亯(향)은 제사에 쓰는 위패나 그릇을 본뜬 글자다. ②亯(향)에서 亨(형통할 형) 享(누릴 향) 烹(삶을 팽) 등 여러 글자가 나왔기에 각 글자의 고자古字로 쓴다. ③제사상을 풍성하게 하여 장차 자식의 삶을 형통하게(亨형) 누리도록(享향) 복을 달라는 것인데, 그러려면 솥(亯)에 불(灬화)을 지펴 고기를 삶아야(烹팽) 한다.

 

兔死狗烹(토사구팽). 토끼 사냥이 끝나면 사냥개를 삶는다. 한나라 유방이 천하를 거머쥔 뒤 한신을 없애버린 데서 생긴 말이다. 최근 여당과 야당에서 대표적인 청년 정치인 이준석과 박지현이 처한 상황을 묘사한다. 물을 끓이는 자는 바로 당신이다. 당신이 이 세상의 왕이니까.

 

▲ 전성배 한문학자·민족언어연구원장·&lt;수필처럼 한자&gt; 저자.
▲ 전성배 한문학자·민족언어연구원장·수필처럼 한자 저자.

/전성배 한문학자. 민족언어연구원장. <수필처럼 한자>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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