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이 나르는 형상을 본떴다는 세종정부청사 14동 건물에 잘 안착하셨는지요. 언론에서 부총리께 제기하는 의혹들을 연일 접하면서 저조차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요즘입니다. 부총리라는 중책이 주는 무게와 국민들 질타를 동시에 감당하시려면 속 시끄러운 나날이시겠지요. 게다가 대통령께서 '스타장관'이 나오길 바란다는 말씀도 주셨습니다. 용머리에 집무실을 두고 있는 국무총리와 곧 완공될 정부세종청사 '중앙동'을 차지하게 될 경제부총리에 이어 내각 서열 3위 자리는 무척 부담스러우실 겁니다. 일선 학교는 방학을 맞고 있는데 교육부 수장은 염천을 피해 휴가 내실 짬도 없으실 듯해 마음이 무겁습니다.

공교롭게도 사회부총리이자 교육부장관실은 용꼬리에 있습니다. 예우도 권한도 부총리 입지를 다지기에 만만치 않은 현실을 반증하는 듯해 저는 이참에 집무실을 박차고 인천으로 오시라는 말씀을 드립니다. 첫째 이유는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장관과 교육재정 문제 토론에서 대등해지시길 바라서입니다. 둘째 이유는 행안부 장관과 교원 증원 현안을 다투시는데 유리한 고지가 현장이기에 그렇습니다. '현장 집무실'을 운용해 우선 인천으로 오시면 좋겠습니다. 인천에 오시면 경제부총리와 나누실 생동감 넘치는 현실과 만나실 수 있습니다. 사회부총리로서 들여다보셔야 할 문제들이 얽혀 있고 학생수가 비숫한 규모인 타 도시와 견줘봐도 교육 혜택에서 처져 있습니다.

학교 예산이 남아돌아 불용액을 쌓아두고 있다는 게 기재부가 유초중고 교육재정 일부를 고등교육에 떼어 주겠다는 근거입니다. 불용액이 많은 학교 몇 곳만 돌아보셔도 돈이 넉넉해서가 아니라 쓸 시간이 촉박해서 나타난 착시라는 사실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기재부를 향한 뒷담화도 들으실 수 있습니다. 세수 추계만 정치하게 했다면 연초부터 돈 쓸데를 찾아 제 때에 교육환경을 개선할 수 있었습니다. '누리과정' 대란도 복기해 보실 수 있습니다. 당시 기재부는 교육재정이 계속 늘어 유치원을 지원해도 초중고 교육에는 하등 지장이 없다고 전망했지만 2015년 이후 교육재정 보릿고개가 닥쳤습니다. 그 '교육대란' 와중에 미뤄둔 학교환경 개선 사업을 요근래 들어서야 바짝 하는 중입니다.

행안부 장관은 학생수가 급감하고 있어 교사를 증원할 수 없다고 하십니다. 과거 교실에 붙잡힌 고정관념입니다. 인천 현장집무실에서 단 한 주라도 집중해서 학교 교실을 들여다보시길 바랍니다.

여러 학생을 한 교사가 맡는 과거 방식을 한 학생을 위해 여러 교사가 협업하는 구조로 바꾸지 않고서는 교육 미래를 끌어올 수 없습니다. 교과를 가르치는 교사 외에도 상담, 보건, 복지, 진로, 사서, 영양 등 '교사들'이 절실합니다. 학교 안과 밖을 수시로 넘나드는 전문 '코디네이터'도 배치해야 합니다. 교육 활동을 지원하는 공공 역량을 늘려 학생을 둘러싼 교육관계망을 두텁게 해 나가야 합니다. 가정과 지역사회 돌봄 사각지대에 놓인 위기 학생 사례를 몇 건만 접하셔도 “학생 수는 주는데”라는 가벼운 말을 무게 있게 물리치실 수 있습니다.

우리 인천석남중학교까지 와 주신다면 긴히 드리고 싶은 말씀이 많습니다. 대처 총리가 교육부장관이었을 때 영국 사회에 남긴 족적이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초기에는 우유급식 예산을 삭감해 '미세스 대처, 우유강도'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노동당은 강력하게 반대했지요. 이후부터는 교육예산을 증액했고 의무교육 연한을 확대했습니다. 재무부에 맞서 노동계급에 이로운 정책을 펼쳤습니다.('대처스타일', 박지향). 그는 “사회, 그런 건 없다”고 했지만 “스스로를 돕고 이웃을 돕는 게 의무”라고도 했습니다. 교육이 이뤄지려면 이웃이 있는 사회가 필요합니다. 여기 인천과 우리 인천석남중에는 사회가 절실합니다. '꼬리로 용의 몸통을 흔들어' 미래로 오르는 명실상부한 사회부총리가 되시길 바라며 인천으로 모시는 초대장을 띄웁니다.

 

/임병구 인천석남중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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