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고려인 후손 김 베로니카씨(32)는 한국에서 일하다 새로 태어난 딸을 시부모에게 보여주기 위해 지난 1월 우크라이나를 방문했다. 시부모가 사는 지역은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인 도네츠크주.

하지만 2주도 지나지 않아 악몽이 시작됐다. 전쟁이 터진 것이다. 도네츠크지역은 러시아-우크라이나가 치열한 공방을 벌이는 우크라이나에서 가장 위험한 지역 중 한곳이다.

전쟁이 시작되자 베로니카씨는 딸을 데리고 죽음을 무릅쓴 탈출을 감행했다.

“딸을 데리고 배낭만 메고 탈출에 나섰는데 그때가 겨울이어서 많이 힘들었어요. 우여곡절 끝에 러시아 국경을 경우 넘어 한국행 비행기를 탈 수 있었어요. 하지만 내가 살던 평화로운 우크라이나가, 내가 절말 좋아하는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러시아 때문에 지금 죽어가고 있어요. 빨리 전쟁이 끝났으면 좋겠어요”

-고려인지원단체 너머 김영숙 상임이사

고려인지원단체인 사단법인 ‘너머’ 김영숙 상임이사는 요즘 쉴새 없이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국내에 들어온 1200여명의 우크라이나 고려인 지원활동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김 상임이사는 이들의 한국 정착을 위해서는 주거안정과 교육, 생계지원 등이 가장 필요하다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을 촉구했다.

하지만 현재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은 전무하다.

결국 시민들이 직접 나섰다.

구호단체가 긴급 생계비를 지원하기도 하고, 얼마 전에는 인천지역 시민단체들이 우크라이나 고려인의 지원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여러 구호단체에서도 모금을 하고 있는데 국내 고려인들을 지정해서 후원을 하는 게 제일 좋을 것 같고요. 지금 사단법인 너머가 그 역할들을 하고 있습니다”

 -전쟁난민 우크라이나 고려인, 최 안젤라

광주 고려인마을에도 우크라이나 난민들이 살고 있다.

전쟁을 피해 이곳에 온 최 안젤라씨(54)는 키이브에서 300킬로미터 떨어진 우크라이나 중부지역 도시에 살고 있었지만 전쟁을 피할 수는 없었다.

우크라이나 전역에 포탄이 떨어지는 상황이 되자 그녀는 아이들과 함께 우크라이나 탈출에 나섰고 루마니아를 통해 한국에 들어올 수 있었다.

“전쟁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피해 많이 봤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다쳤습니다. 다행히 우리 가족은 이렇게 탈출해서 한국에 들어와 안전하게 살고 있지만 아직도 정신적 충격에서 몸을 아픈 상태입니다.”

-광주 고려인마을 신조야 대표

광주 고려인마을 신조야 대표도 우크라이나 고려인을 지원하기에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지금 광주 고려인마을로 온 우크라이나 고려인은 200명이 넘고 있다. 곧 400명 넘게 이곳에 들어올 예정이다. 이곳 주민들이 모금활동을 벌여 우크라이나 고려인의 한국행을 돕고 있다.

한국 사람의 도움 없이는 이렇게 많은 우크라이나 고려인들을 도와줄 수 없을 것이라고 신 대표는 말한다.

“누가 죽게 내버려줍니까. 우리가 다 도와줄겁니다. 그게 한국사람들, 우리 민족이에요”

/남창섭 기자 csnam@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