팍팍한 시민운동가의 삶에 작은 연대

신현수 시인, 30여년 동안 쓴 글 엮어
해직·복직·시민단체 활동 궤적 담겨
▲ 스티커를 붙이며(신현수 지음, 작은숲, 400쪽, 1만6000원)
▲ 스티커를 붙이며(신현수 지음, 작은숲, 400쪽, 1만6000원)

'일 좀 잘하지. 실무자 한 사람의 실수로 이렇게 여러 사람 고생 하잖아.'

신현수 사단법인 인천사람과문화 이사장은 회원카드에 스티커를 붙이며 이런 생각을 했다. 이 단체 카드를 만들면서 그만 전자우편 주소를 누락했기 때문이다. 이메일 부분만 일일이 스티커를 붙여야 했다.

하지만 투정도 잠시 이내 그는 사무국장이나 사무처장으로 불리는 시민단체 상근자와 시민운동가의 위태를 떠올린다.

최저 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상근비를 받으며 산처럼 쌓인 업무를 해결하는 그들과 그들의 부모에게 미안함을 느낀다. 신 이사장은 스티커 붙인 회원카드를 당당히 내민다. 그것이 “함께 잘사는 세상을 만드는데 동참할 기회를 주는 일”이라고 여기면서다. ('스티커를 붙이며' 중에서)

신현수 시인이 전교조 문제로 학교에서 해직됐던 1989년 이후부터 최근까지 30여년간 신문과 잡지 등에 썼던 칼럼과 산문 등을 엮어 수필집 <스티커를 붙이며>를 냈다.

책은 1부 공동체를 위한 삶을 살기 위하여, 2부 인천에 살기 위하여, 3부 그래도 이 땅에서 살기 위하여, 4부 시인으로 살기 위하여 총 4개 부로 나뉘어 있다.

<스티커를 붙이며>는 고등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던 해직교사가 복직하고 명예퇴직한 후 인천의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며 여러 시를 쓴 그의 삶의 궤적을 관통하고 있다.

어쩌다 해직교사가 되었는지, 지금은 너도나도 제도권 안으로 들어가기 바쁜 시민단체의 정치적 중립성은 무엇인지, 문학적 지향점은 어디에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