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외업무 많아 온열질환 위험
“그늘 찾아 쉬어야…방법 없어”
근무 짧아 휴게실 마련 어려워
혹서기 지침 획일적 적용 불가
시 “물품 지원·탄력근무 안내”
▲ 등하교 지도 노인 일자리 사업에 참여 중인 어르신들이 더위를 피해 그늘에서 쉬고 있는 모습./이창욱 기자 chuk@incheonilbo.com

지난 19일 낮 12시30분 인천 연수구 한 초등학교 근처 사거리. 빨간 조끼를 입은 어르신 두 명이 나무 그늘 아래 의자에 앉아 있다.

교통 단속봉을 들고 있는 이들이 입은 조끼 위로는 '행복 등하교 도우미' 이름표가 붙어 있다. 노인 일자리 사업 참여자들이다.

잠시 짬이 나도 딱히 쉴 만한 곳이 없어 근처 그늘로 피하는 게 전부라는 게 이들의 하소연이다. 이날 낮 기온은 34도까지 올라갔다.

일찍 찾아온 무더위와 장마 후 살인적인 폭염이 예고되면서 밖에서 일하는 노인 일자리 참여자들 건강에 경고등이 켜졌다.

24일 인천시에 따르면 올 1월 기준 노인 일자리 참여자는 4만5051명이다.

노인 일자리는 ▲공익형 ▲사회 서비스형 ▲시장형 ▲취업 알선형으로 나뉘는데 '공익형' 참여자가 3만8297명으로 대부분이다.

문제는 공익형 사업들 중에는 야외 업무가 많다는 점이다. 전문성을 요하지 않는 단순 업무라는 공익형 특성 때문인데 환경 미화·등하교 지도·순찰 등 공익형 참여자들의 최소 절반 이상은 밖에서 일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등하교 지도를 맡은 박모(84) 할머니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먹고 살려면 해야지”라며 “학생들 없을 때 그늘을 찾아 융통성 있게 쉰다. 겨울에는 추우면 그냥 왔다갔다한다”고 말했다.

남동구에서 거리 환경 미화를 하는 정모(74) 할아버지도 “더워도 뾰족한 방법이 없다. 쉬엄쉬엄하는 수밖에”라며 “엄청 더울 때는 2시간만 일할 때도 있다”고 전했다.

공익형 참여자들은 월 30시간(10일)을 일하고 27만원을 받는다. 하루 근무가 3시간 밖에 안 되고 이동이 많다 보니 별도 휴게 공간을 마련하기도 쉽지 않다.

보건복지부는 어르신 건강을 위해 매년 노인 관련 기관에 혹서기(7~8월) 운영 지침을 내린다. 주요 내용은 월 10시간 범위 내에서 활동 시간을 줄이고 낮 12시∼오후 5시는 피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지침은 권고일 뿐이고 노인 일자리 사업 운영 기관마다 사정이 달라 획일적으로 적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 노인정책과 관계자는 “쿨토시나 챙모자 같은 물품 지원과 지침에 따른 탄력 근무도 각 기관에 안내했다”며 “이달에는 혹서기 대비 별도 안전 교육도 진행했다. 어르신 건강 관리에 더욱 신경쓸 것”이라고 밝혔다.

/글 ·사진 이창욱 기자 chuk@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