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 우리에게 주는 작은 선물
▲ 유시민 '유럽 도시 기행 2'.
▲ 유시민 '유럽 도시 기행 2'.

주말 늦은 저녁부터 밤 시간, 무의식의 흐름을 따라 습관처럼 텔레비전 채널을 돌린다. 채널을 멈춘다. 홈쇼핑 여행상품에 눈과 마음이 꽂힌다. 코로나가 한창이고 하늘길이 막혀 있을 때는 제주도 등 국내여행이 주를 이루었다. 요즘은 주로 유럽이나 동남아 등 외국의 격리해제 지역을 중심으로 사람의 마음을 흔든다. 이미 나는 온 마음을 내줄 준비가 되어있다. 가고 싶지만, 비록 지금은 가지 못하더라도 언젠가는 꼭 가리라는 꿈만은 접고 싶지 않다. 걸어서 세계 속으로, 세계테마기행, 특파원 25시, 코로나 유행 동안 방구석 랜선 여행의 친구가 되어 주었다. 하지만 부족함이, 아쉬움이 남는다. 그 부족함과 아쉬움을 달래 줄 반가운 친구가 다시 찾아왔다. 3년 만이다.

아테네, 로마, 이스탄불, 파리. 저자의 전작인 <유럽도시기행1>에서 만난 유럽의 매력적인 도시들의 이름이다. 그가 다시 빈, 부다페스트, 프라하, 드레스덴과 함께 돌아왔다. 시대의 아픔을 간직한 채 저마다의 방식으로 존재감을 빛내는 도시들이다. 책표지는 책의 얼굴이다. 1권 표지에는 한 시대를 증언하는 네 도시의 대표적인 건축물을 표지 그림으로 내세웠다. <유럽도시기행2>에서는 그 얼굴이 다른 표정을 짓고 있다. 드레스덴을 제외하고는 건축물이 아니다. 바로 사람에 주목하고 있다. 빈의 시씨 황후, 부다페스트의 정치가 언드라시 백작, 프라하의 종교개혁가 얀 후스. 독자들이 곧 만나게 될, 네 도시의 역사에 자신의 이름과 행적을 뚜렷하게 아로새긴 사람들이다.

우리는 여행을 통해서 그 도시의 과거, 현재, 미래를 함께 만나게 된다. 도시는 역사적 사건과 인물들이 만들어 낸 생생하고 흥미진진한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특히 유럽의 도시는 더욱 그렇다. 왕궁과 박물관뿐만 아니라 광장, 골목, 건물, 식당, 카페 등과 같은 일상의 공간들도 흥미로운 뒷이야기를 품고 있다. 저자는 이야기꾼이다. 역사와 사람, 공간과 예술을 쉽게 풀어내는 재주가 탁월하다. 사람이 만든 모든 것에는 크든 작든 이야기가 함께 있다. 저자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도시의 숨져진 사연들을 만나게 된다. 그 이야기는 과거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도시는 저마다의 방식으로 지난 과거를 기억한다. 그리고 그 과거는 현재와 맞닿아 있다.

저자에게 비친 빈은 지구 행성에서 가장 완벽하고 화려한 도시다. 빈틈이라고는 보이지 않아서 편하지만은 않은, 그렇다고 빈을 싫어하지 않는다. 편하지 않아도 좋아한다. 부다페스트는 그에겐 슬프면서 명랑한 도시다. 오늘의 만족보다 내일에 대한 기대가 큰 도시, 그래서 그는 다른 어떤 도시보다 부다페스트를 좋아한다. 그의 눈에 비친 프라하는 밝고 예뻤다. 걱정 없는 소년 같았다. 여행자에게 친절하고 너그러웠다. 프라하의 공기는 자유와 관용의 정신을 품고 있는 듯하다. 드레스덴은 그의 마음에 오래 남았다. 독일 변방의 작은 도시지만 문명사의 참혹한 비극과 그 참극을 딛고 이루어낸 성취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그에게 드레스덴은 작지 않다. 어마어마하게 크다.

우리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다른 세상과 만난다. 그중에 하나가 책과 함께 떠나는 기행이다. 미지의 세계를 알아가는 그 크기만큼 호기심도 커져간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한다. 안내자가 중요하다. 그래서 여행기는 그 저자를 더 꼼꼼하게 살피게 된다. 저자는 전작에 이어 유럽의 새로운 도시들로 우리들을 안내한다. 그는 <유럽도시기행2>에서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픈 것들을 다채로운 이야기들로 가득 채웠다. 그 고민의 깊이가, 그 마음이 느껴진다. 깊고 넓다. 다정하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유럽의 도시들을 더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앎이 주는 기쁨이다. 책과 함께 떠나는 그 여정은 때로는 위로가 된다. 여행이 우리에게 주는 작은 선물이다.

▲ 이성희 인천시교육청 교육연수원 교원연수부장
▲ 이성희 인천시교육청 교육연수원 교원연수부장

/이성희 인천시교육청 교육연수원 교원연수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