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문일 논설위원.
▲ 이문일 논설위원.

해양 생물의 광합성을 통한 탄소 흡수원 기능을 통칭해 '블루 카본(blue carbon)'이라고 한다. 삼림을 일컫는 '그린 카본(green carbon)'과 구별한 말이다. 이 개념은 2013년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에서 갈대·해초 등 염습지가 탄소 감축원으로 인정되며 주목을 받았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도 '블루 카본'의 보고(寶庫)로 여겨진다. 면적 2500여㎢로 세계 5대 갯벌로 꼽히는 한국의 갯벌은 연간 1300만여t의 탄소를 저장할 수 있다고 한다. 매년 자동차 11만대가 배출하는 26만t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고 알려져 있다.

유네스코는 지난해 7월 '한국의 갯벌'을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했다. 서천갯벌(충남), 고창갯벌(전북), 신안갯벌(전남), 보성·순천갯벌(전남) 등 4곳이었다. 유네스코는 그러면서 '유산지역 확대'를 권고했다. 핵심지역인 인천의 갯벌을 포함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다. 유네스코 자문·심사 기구인 국제자연보전연맹은 인천 갯벌의 우수성을 고려해 그렇게 결정했다.

인천의 갯벌 면적은 728.3㎢에 이른다. 국내 갯벌의 29% 가량을 차지한다. 지역별론 전남(1053.7㎢)에 이어 두 번째로 넓은데, 보전과 활용보다는 개발 쪽으로 기울어져온 게 사실이다. 개항(1883년) 이후 2000년대까지 인천에서 공유수면 매립 면적은 198.44㎢에 달한다. 1970년대 이후엔 대규모 간척사업을 벌인 자리에 주택·도로·쓰레기매립장 등이 들어서며 갯벌 환경을 악화시켰다. 특히 1990년 매립 승인으로 장기간 지속된 송도국제도시 건설은 갯벌 파괴를 가속화했다. 주민 삶의 터전이자, 해양 생태계의 보고였던 송도 갯벌은 겨우 명맥만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매립으로 인한 갯벌의 축소는 생태계 변화 등의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연안 수산자원의 산란과 생장을 가로막고 야생조류 개체수의 감소를 가져오는 등 그 폐해는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다. 이런 인천 갯벌의 수난사를 더 이상 막고 생태계를 회복하려는 관계 당국의 의지가 절실하다. 우선 훼손되거나 망가진 생태계의 복원 차원에서 목표를 설정하고, 장기적인 감시 체계를 갖춰야 한다. 매립 영향으로 자연 해안선이 별로 남아 있지 않은 인천에 더욱 필요한 일이다.

탄소 흡수원 확충 방안의 하나로서뿐만 아니라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서라도 이제 갯벌 매립은 막아야 한다. 생태계가 점점 황폐화하고 있음은 우리 인간도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기 어려움을 뜻한다.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세계적인 갯벌이 있는 인천에 그 보전과 관리를 위해 지속적인 관심과 투자를 쏟았으면 한다.

/이문일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