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인권 지킴이 노동권은 누가 지키나


학교와 계약…비용은 지자체 부담
정규직 전환 피해 1년 '쪼개기 계약'
투입 예산 늘며 사업 재검토 움직임
시위·학부모 존치 요구로 1년 연장
유사 제도 확대에 해고 위기감 커져
위 사진는 해당기사와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7개월 뒤면 또 학교를 떠날 걱정을 해야 합니다.”

경기도 일부 지역에서 운영 중인 학교사회복지사 제도가 5년여째 '고용 불안정'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학교사회복지사는 학교 현장에서 학생의 복지·권익을 위해 '꼭 필요한 선생님'으로 불리지만, 내년 2월이면 고용 수명과 같은 업무협약 기간이 또다시 종료된다.

17일 도내 사회복지단체에 따르면 학교사회복지사는 저소득층·다문화가정 학생 교육격차 해소와 정서적 돌봄, 인권 문제 등을 전담하는 역할이다. 2017년 2월 이후 각 지역교육지원청과 지자체 협약으로 시행됐고, 지금까지 수원·성남·용인·안양·군포·의왕 등 6개 지역 총 107개 학교에 110여명이 배치됐다.

과천시 등 지방자치단체가 자체적으로 고용하고 파견하는 형태의 사업은 제외한 현황이다.

학교사회복지사 도입으로 인한 효과는 대상학교 학부모와 전문가 토론 등을 통해 수차례 입증된 바 있다. 하지만 '책임 주체'가 불분명하다는 게 취약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사업 구조를 보면, 우선 학교가 학교사회복지사와 고용 계약을 맺는다. 예산은 지자체가 교육경비보조금으로 100%를 부담한다. 문제는 이들의 자리를 어디서도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행법상 지자체가 학교 인력을 고용할 수 없고, 도교육청엔 정원이 부족하다.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시스템을 피해 반복적으로 1년 단위 '쪼개기 계약'이 이뤄지는 현실이다. 오로지 임시로 맺는 협약에 고용을 의지할 수밖에 없다. 지자체가 예산 지원을 끊거나, 기관 간 논의가 잘 이뤄지지 않는 일이 벌어지면 쉽게 해고로 이어진다.

이런 해고 위기는 실제 눈앞에 닥친 상태다. 매년 투입예산이 비대해져 올해 총액이 약 50억원으로 집계되고 있다. 수원시 25억원, 성남 15억원 등 부담액이 대규모 주민특화사업 추진비용에 맞먹는 지자체도 있다. 결국 시의회의 예산 편성 과정에서 마찰이 생기곤 했다.

실제 지난해 5월, 수원·용인·안양 등이 협약 종료(2022년 2월28일)가 도래하기에 앞서 재정 부족 등을 이유로 사업을 재검토하기도 했다. 당시 위기를 맞은 학교사회복지사들이 거리에서 시위를 벌였고, 학부모들도 존치를 촉구했다. 다행히 내년 2월 말까지 1년 연장됐다.

그러나 근본적인 대책이 없으면 해고 위기를 잠깐 늦춘 결과에 불과한 실정이다.

도내 학교사회복지사 A씨는 “역할이 분명히 있고, 학부모들도 좋아한다며 사업은 계속하면서 정작 불안정한 노동자 신분으로 남아 있다”며 “학교를 떠날 위기는 몇 개월 뒤 또 찾아온다. 지방선거 당시 학교사회복지사들이 연달아 후보자들을 찾아간 건 학교에서 계속 일하도록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달라는 절박함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또 교육부 방침에 따라 교육복지우선지원사업이나 위(Wee)클래스처럼 학교사회복지사업과 비슷한 성격의 제도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도 해고 위기감을 키우는 요소다. 지금 같은 구조에서 사업 지속이 불가능하다는 건 관계자들도 동의하고 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사업 타당성은 충분하다고 판단되지만, 고용책임 소재가 확실하지 않아서 문제”라며 “시기와 종료를 정한 한시 사업이므로 예산 여건, 유사정책 여부 등에 따라 협약 연장을 멈출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지자체로부터 출발한 사업이라 지자체 의지가 중요하다”면서 “인력이 투입되고, 예산이 수반되기 때문에 지자체와 교육청 모두 부담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현우 기자 kimhw@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