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 동의 없는 분양 관행 논란
물고기·사슴벌레 등 종류 다양
생태교란종도 있어 '방생 난감'
울며 겨자먹기 키워 불만 속출
▲ 아프리카 왕달팽이 (위 사진은 아래의 본문 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사진제공=연합뉴스
▲ 아프리카 왕달팽이 (위 사진은 아래의 본문 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사진제공=연합뉴스

“생명을 받고 싶지 않습니다.”, “생태계 교란종을 대체 왜 주는 건가요?”

경기도 수원·성남·화성 등 지역주민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이처럼 불만을 표출하는 글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유치원·어린이집이 학습 과정으로 가정에 생명체를 분양하는 관행이 논란이 되고 있다. 생태계 파괴 우려가 있는 외래종을 받아 난감한 학부모들도 있다.

14일 도내 학부모 등에 따르면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은 부모와 자녀 간 정서적 교감, 생태 교육 등의 취지로 동물을 가정에 분양하는 경우가 있다.

달팽이·올챙이·물고기·사슴벌레·장수풍뎅이 등 종류도 다양하다. 어린 개체로 시작해 성체까지 가정에서 쭉 키워야 한다.

이를 놓고 일부 학부모들 사이에서 문제 제기가 끊이지 않고 있다. 화성 동탄에 거주하는 30대 주부 A씨는 3년 전 자녀가 유치원에서 받아온 달팽이 때문에 곤혹스러운 경험을 했다.

주변을 통해 알고 보니 국내에 있는 토종달팽이도 아닌 '아프리카 왕달팽이'라는 외래종이었고, 좀 지나면 사람 손바닥만큼 커져 키우기 부담스러운 동물이었다.

하지만 유치원은 사전에 의사를 묻지 않았고, 먹이를 어떻게 주면 되는지 등 방법만 통보했다.

A씨는 방생하려고 했지만, 아프리카 왕달팽이가 유해동물이라 안 된다는 지인의 말을 듣고 고민에 빠졌다.

실제 환경부 한국 외래생물 정보시스템이 고시한 '국제자연보전연맹(IUCN) 지정 세계 100대 침입외래종'에는 아프리카 왕달팽이를 부르는 'Giant African Snail'이 포함돼있다.

A씨는 “원래 달팽이 같은 동물을 무서워하는데 온라인 검색에서 엄청나게 큰 개체 사진을 보고 식겁했다”며 “다행히 관련 카페에 글을 올려 다른 사람에게 분양했다”고 말했다.

이어 “물론 좋아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가정마다 사정이 다르므로 생명을 막 분양하는 건 아닌 거 같다”며 “생태체험은 다른 방법으로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6월 분당·판교 등 지역주민이 활동하는 카페에 성토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요즘 달팽이를 많이 나눠준다. 지인들만 해도 여럿 받아와 인증샷 올렸다”며 “좀 물어보고 나눠주지 무작정 나눠 주면 어쩌라는 건지”라고 적었다.

다른 지역 카페에서는 주민들끼리 '유치원에서 달팽이를 주면 절대 받지 말고 돌려 보내라'는 조언을 하거나, '전화해서 집단으로 항의해야 한다'는 등 반발 목소리도 확인되고 있다.

이천시에 거주하는 B(32)씨는 “애들이 유치원에서 구피를 받아왔는데, 키우기 쉽지 않은 여건이라 고민이었다”며 “외래종이고 생명을 훼손하는 일이라 방생할 수도 없고,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키웠다”고 말했다.

교육당국은 각 현장에서 소통으로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해당 학습을 유치원에서 강제하는 건 절대 불가능하고, 교육활동평가 등의 절차를 거쳐 일정 학부모 의견 수렴이 이뤄졌을 것”이라며 “학부모들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주고, 교사는 충분히 소통해서 다양한 가정에 맞게 학습이 결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현우 기자 kimhw@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