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중국과 수교를 맺은 지 10년 만에 두 나라는 서로의 숨소리를 들을 정도로 가까워졌다. 92년 27달러였던 우리의 대중 수출이 지난해에는 1백86억달러로 7배가 늘어났고, 인적교류는 12배 이상이 증가했다. 50년 가까운 단절의 벽을 단숨에 뛰어넘어 양국의 관계는 수직이륙하듯 급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열린 중국
 현재 중국에 진출해 있는 한국인은 20만명에 이른다. 베이징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는 코리아 타운이 형성되어 식당, 슈퍼마켓, 찜질방, 노래방 등 각종 업소가 즐비하게 자리잡고 있다. 생활무대를 중국으로 옮기는 중소업체나 개인사업자들이 늘면서 집단거주지가 생겨났기 때문이다. 중국 내 최대의 코리아 타운이라는 베이징의 왕징지구는 서울시 왕징구라 불릴만큼 한국인 거주집단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지리적 인접성에다 문화적 동질감이 한중 두 나라를 자석처럼 끌어 당기고 있는 것이다.
 
 닫힌 한국
 그러나 중국인의 한국진출은 쉽지 않다. 중국인들에게 한국의 문은 아주 좁기 때문이다. 약 2만명에 달하는 화교에다 산업연수생으로 들어온 노동자 그리고 기한이 끝나고도 돌아가지 않고 남아 있는 불법체류자들이 대부분이다. 대다수가 중국동포 이지만, 중국인들에게 한국진출은 목숨을 건 모험에 가깝다. 한국의 문이 굳게 닫혀 있기 때문이다. 코리아 타운이 하루가 다르게 번성해 가는 중국과는 극명하게 대조를 보이고 있다.
 투자자에 한해서 비자를 내주지만 그것도 일정 금액이상이어야 한다. 소액투자자의 한국 진출이 어렵고 더더욱 취업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중국 음식점을 차리려고 해도 중국인 주방장과 종업원의 입국은 불가능한 실정이다. 마치 돈은 들어오되 사람은 안된다는 식이다. 심지어 화교들마저 신용카드 발급은 물론이고 대출상품 이용이 불가능하다. 10년이라는 짧은 기간동안 한중 두 나라는 일의대수의 관계로 발전했지만, 한국인의 마음은 굳게 여전히 닫혀있다. 구미를 이웃으로 삼고 살아온 냉전사고가 한국인들을 짓누르고 있는 것이다. 몸의 중심은 중국으로 옮겨가고 있는데 사고가 이를 따르지 못한다. 사고와 행동이 분열되어 있는 것이다.
 차이나 타운 부활 시급
 21세기 우리의 생활무대는 중국이다. 때문에 어떻게 12억 중국인과 공생 공존하느냐에 우리의 생존이 달려 있다. 정부가 21세기 국가생존전략의 일환으로 인천에 경제특구를 지정하겠다는 것도 자칫 거대한 중국 물결에 휩쓸려 버릴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에서 나온 것이다. 그러나 구미의 대규모 자본 유치도 중요 하지만, 중국인의 소규모 자본 유치에도 마음을 열고, 걸맞은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계획은 크게 세우되 시작은 작게 하는 것이야말로 성공의 첫 걸음이다.
 그런 의미에서 인천의 차이나 타운 부활이 시급하다. 현재 500여명이 살고 있지만, 다시 불을 지펴 이들에게 활력을 불어 넣고 중국인들의 끊어진 혈맥이 다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중국인의 자본 진출을 가로 막고 있는 각종 제도에 대한 대폭적인 손질이 필요하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이지만 인천시도 적극 나서서 정부가 현실에 눈을 뜨도록 해야 한다. 제도와 마음의 개방이 없이는 한중 두 나라의 미래는 밝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다음은 중국인의 국내투자를 안내하는 자원체제가 마련되어야 한다. 중국비즈니스 센터를 조성해야 중국인들의 사업준비를 돕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것은 인천시가 해야 할 몫이다. 중국인들이 마음 놓고 들어와서 그들 식대로 살 수 있는 터전이 바로 차이나 타운인 것이다.
 10년만에 코리아 타운이 번성하는 중국과는 달리, 뿌리가 100년이 넘는 인천의 차이나 타운에는 불이 꺼져 있다. 한국에는 중국만 있고 중국인은 없다. 중국인들이 한국에서 생활의 뿌리를 내리도록 하는 것이 지금부터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한중 두 나라의 성숙한 발전을 위해서도 인천이 진정한 국제도시로 발돋움 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그래서 차이나 타운의 부활이 중요하고 시급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