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이민자녀 한국어 가르쳐보니
어떻게 터전 옮기고 정착했는지
모르는 경우 많아 소개하려 연구
▲ 권소희 작가.
▲ 권소희 작가./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

'1902년 12월22일 우리 가족이 인천 제물포를 떠나 하와이로 가는 배에 올라탔어. 며칠 후 갤릭호라는 무지 큰 증기선으로 갈아탔는데 몇 날 며칠을 배 멀미로 죽을 고생을 했어. 백명이 넘는 사람들은 배 안에서 씨름도 하고 한글 공부도 하고 머리카락도 잘랐어. 머리를 감지 못해 이가 생겼거든.'(순득이네에서 발췌)

100년 전 인천에서 미국 등으로 떠난 이주 1세대 김순득 이야기를 동화로 펴낸 이는 권소희 작가다.

1987년 한국을 떠나 호주, 미국 등에서 지낸 그는 그곳에서 한국말로 소설을 쓰며 <독박골 산1번지>, <하늘에 별을 묻다>, <시타커스, 새장을 나서다> 등의 장편소설집을 발간했다.

현재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거주하는 작가는 이민자의 자녀들에게 한국말과 우리말 글짓기를 가르치는 '새암학당'을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이번 책은 이 청소년들에게 한국의 이민사를 알기 쉽게 소개하기 위한 것이다.

잠시 한국에 들어온 그를 만나 동화책 <순득이네>를 펴낸 과정을 들어봤다. 독립유공자이기도 한 그는 한국전쟁 참전용사인 아버지가 계신 현충원 참배를 위해 귀국한 것이다.

 

▲ 순득이네, 권소희 지음, 일러스트 권소희, 도화, 36쪽, 1만2000원
▲ 순득이네, 권소희 지음, 일러스트 권소희, 도화, 36쪽, 1만2000원

▲바로 우리, 디아스포라의 역사

아주 많은 한국인이 전 세계에 살고 있다. 권소희 작가가 미국과 호주에서 만난 한국인들과 그들의 자녀는 보통 한국사람임을 자랑스러워 하며 그곳에 나름의 방식으로 정착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역사, 특히 바로 우리가 어떻게 이 땅에서 디아스포라가 됐는지의 과정을 자연스럽게 알리고 싶었어요.”

<순득이네>는 제물포에 살던 순득이의 가정이 돈을 벌기 위해 미국 하와이 농장으로 가기까지 결심과 여정을 그리고 있다. 따스한 문체와 섬세한 감정묘사에 역사적 사실이 더해졌다. 그림 역시 권 작가가 그렸다.

“미주 한인 이민사에 전혀 들어본 적이 없는 아이들도 많았어요. 이 책은 나의 뿌리에 대한 단편이죠.”

순득이 이야기와 '사탕수수', '사진신부' 등 3부작으로 기획된 이번 시리즈 중 첫 책인 <순득이네>는 조선을 살던 사람들이 다른 나라로 터전을 옮기기로 했을 때의 심정과 험난했던 과정, 드디어 도착한 순간까지를 담고 있다.

“이번 도서 집필을 위해 한국 이민사를 철저히 연구하고 조사했습니다. 선조들이 살아냈던 이방인의 삶과 고국에 대한 사랑을 안다는 것이 지금의 아이들에게 정체성과 관련돼 미래를 꿈꾸게 할 수 있다면 기쁠 것입니다.”

/글·사진 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