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이 나라를 고요한 동방의 나라라고 부르는가. 제2의 광복이라도 맞은 듯이 온 거리가 태극기로 물결치고 뜨거운 애국심으로 들끓었던 2002년 월드컵 대한민국을 경험한 이들은 우리를 정열과 함성의 나라라고 부르지 않을까? 반세기도 훨씬 전부터 시작된 독립의 함성소리가 광복을 넘어 오늘에 이르렀음에랴. 그 어느때 보다도 대한민국인임이 자랑스럽고 가슴 벅차게 다가오는 광복절이다.
 처절했던 선열들의 절규와 함성이 없었다면 57년전 그날의 감격이, 새로운 세기에 우리가 맛보았던 뜨거운 환희가 온전히 우리의 것이 되었겠는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목이 터져라 우리 대표팀을 응원했듯이, 이 땅의 자유와 독립을 위해 견뎌내기 힘든 탄압에 맞서 목숨을 걸고 이땅의 어둠을 몰아냈던 순국선열과 애국지사들에게 진정으로 뜨거운 감사의 묵념을 올려보자. 광복절엔 한 집도 빠짐없이 기쁨과 환호의 태극기를 달아 대한민국인으로서의 자부심을 다시 한번 느껴봄이 어떠한가.
 이번 광복절엔 208분의 독립유공자가 새로이 발굴, 포상되었다. 이분들중엔 국가적 차원에서 조사했던 독립운동 행적에 대해 그 당시 식민지 백성이라면 누구나가 다 그렇게 했을 것이라며 지금까지 극구 사양해 온 분들이 계시다고 한다. 친일행위를 하고도 그것을 숨긴 채 광복에 기여한냥 버젓이 활보하고 있는 이들과 그 과오를 인정치 않는 후손이 남아 있을진대, 순국선열과 애국지사에 대한 진정한 예우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독립운동 공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포상받지 못한 후손들을 적극 찾아내 국민들의 귀감이 되게 하는 일도 중요한 일이거니와 친일 청산 문제도 여전히 시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광복 57돌을 맞이하여 민족문학작가회의는 일제시대 친일행적이 있는 문인명단을 공개하고 문학인으로서 선배들의 과오를 공개사과하였다. 지난 3·1절 광복회의 친일파 명단 공개에 이어 지속적으로 논란이 되어왔고 국어교과서 속의 인물로도 익숙한 친일문인들의 행적을 후배들이 인정하고 공개하는 것이어서 더욱 뜻깊은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기회를 통해 부끄러운 과거사를 인정하고 속죄할 때에 역사가 바로 서고 자라나는 후손들에게 떳떳한 미래를 물려줄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또하나의 세계인의 축제인 부산 아시안 게임에 전쟁의 아픔을 넘어선 아프가니스탄도 참가한다고 한다. 전쟁과 증오의 상흔을 지우고 진정한 ‘하나의 아시아’를 위해서는 오랫동안 풀지 못하고 있는 국제적인 숙제들을 매듭지어야 한다. 아시안 게임이 열리기 전에 일본의 진정한 사죄와 남북한의 통일을 위한 평화협상 진전 등등 우리에게 주어진 숙제부터 하루빨리 풀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어느해 광복절엔 온 국민이 하나된 마음으로 일본뿐만 아니라 아시안 정상들을 모두 초청하여 진정한 우정의 어깨동무를 할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