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간 갈등 들끓는데 관련 부처는 회피 급급


국방부·국토부·국무조정실, 예비이전후보지 발표 후 '제자리걸음'
화성시 '정부 결정' 조건 제시…“문제 해결 열쇠 쥔 것 인식해야”

인구 750만명 경기남부권 중대 현안인 '신공항 건설'이 경기도 등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본격 추진되자, 중앙정부의 무책임한 태도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결정 권한을 쥐고 있는 국방부·국토교통부와 갈등과제를 맡은 국무조정실까지 어떠한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어서다.

군공항 이전과 연계해 국제공항을 건설하는 방안과 관련, 유력 후보지 지방자치단체인 화성시가 '정부의 결정'을 조건으로 제시한 만큼 정부 움직임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상태다.

10일 화성지역 주민들로 구성된 '화성국제공항 추진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비대위 측은 최근 국방부와 국토교통부, 경기도 등을 연달아 찾아가거나 서명운동을 벌이는 등의 방식으로 신공항 건설 촉구 목소리를 높이기로 결의했다. 행동 시기는 도 인사 이후로 예정했다.

군공항 이전, 국제공항 건설이 이뤄지려면 정부가 계획을 통해 구체화하고 지자체 협의 등에 나서야 함에도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 이들의 입장이다.

차성덕 비대위원장은 “군공항 이전의 새로운 사업 모델인 경기남부권 국제공항 건설 여론이 점차 확대되고 있고,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에서 무수히 많은 공약으로 등장하기도 했다”며 “관건은 중앙정부가 계획을 확실히 찍어야 하지만, 주민들이 몇 년째 말하는데도 답을 주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달 25일 경기남부 통합국제공항 추진단, 화성 동·서 균형발전 시민연대, 화성지역학연구소 등 4개 단체 30여명 회원은 화성 융·건릉에 모여 정부가 국제공항 건설을 조속하게 추진해달라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군공항 이전의 경우 총괄 조직인 국방부가 2017년 2월 화성시 화옹지구 일대를 예비이전후보지로 발표한 이후 수원시와 화성시, 지역주민 사이 갈등이 발생했다는 이유로 5년 넘게 추진·논의 등 업무를 미뤘다. 국방부는 주민설명회를 여러 번 계획했다가 취소하기도 했다.

국토교통부도 대응이 미지근했다. 2020년 초부터 군공항 이전 관계지역인 수원·화성을 비롯해 경기남부 8개 지역(평택·안산·안양·과천·오산·의왕 등) 일부 시민과 상공회의소가 국제공항 건설을 건의했지만, 국토부는 의견수렴과 같은 기본적인 조치도 없이 무시로 일관했다.

결국 연구용역 등 타당성 검증을 수원시가 실시했고, 주민들은 군공항 이전에 더해 또 다른 갈등 양상을 빚었다. 지난해 9월 국토부는 '제6차 공항개발종합계획'에 경기남부권 내 공항 신설 내용을 포함했으나, 지금까지 후속 대책은 내지 않아 진전 없이 머물고 있다.

한때 국방부와 국토부는 정치권이 가세하는 등 국제공항 여론이 확대되자 실무진 회의를 거치기도 했는데, 소득 없이 서로 입장만 확인하는 수준이었다.

5년 전 국무조정실이 수립한 대책 역시 성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무조정실은 2017년 전국의 갈등 현안을 관리하는 취지로 '집중관리 갈등과제' 63건을 선정한 바 있다. 항목 중 '군공항 이전(광주·대구·수원)'이 있다. 그러나 직접 협의나 조정 등의 절차는 중단했다.

정계 관계자는 “김동연 경기도지사, 이재준 수원시장의 의지로 군공항 이전과 국제공항 건설이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되지만, 성공 여부는 사실상 '화성시 동의'에 달려있다”며 “정명근 화성시장은 정부 차원에서 국제공항을 정해줘야 검토하겠다는 건데, 정부가 정작 무관심하면 각종 노력에도 공회전만 거듭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정부는 군공항·국제공항 문제를 풀어줄 열쇠를 갖고 있다는 걸 인식해야 하고, 보다 지역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도록 정치권도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현우 기자 kimhw@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