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선거 사건 산적 '과부하' 이유…경기남부청 이송 요청
“마무리 부담” “사건 확대” “지휘부 인사 영향” 등 추측 난무
경기남부경찰청. /연합뉴스 자료사진
▲ 경기남부경찰청. /인천일보DB

분당경찰서가 담당하던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을 경기남부경찰청이 맡는다. 이 사건 수사를 분당경찰서가 사실상 마무리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온 경찰이 '수사 주체'를 변경한 것에 대해 뒷말이 무성하다.

4일 경기남부경찰청에 따르면 분당경찰서는 이번 주 내로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 수사를 남부경찰청으로 넘길 예정이다. 분당서는 지난주쯤 “민생 사건이 산적해 있고, 대선과 지방선거를 치르며 쌓인 선거 사건이 많아 특정 사건에 역량을 집중하기 어렵다”고 남부청에 의견을 냈다.

성남 FC 광고비 의혹 사건은 이재명 국회의원이 성남시장 시절 구단주로 있는 성남 FC에 두산, 네이버 등 여러 기업으로부터 광고비 명목 등으로 160억여원을 받고, 그 대가로 토지 용도 변경 등 편의를 제공했다는 내용이다. 바른미래당은 2018년 6월 이 의원를 뇌물 혐의로 고발했다.

이 사건은 분당서가 4년 전부터 수사해 왔다. 분당서는 지난해 9월 3년 3개월의 수사 끝에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혐의없음' 결론을 내리고 검찰에 불송치했다. 당시 경찰은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가 아닌 관련자들로부터 자료를 임의제출 받아 수사했었다. 이후 올해 초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로 인해 재수사에 나섰다. 수사는 분당경찰서가 다시 맡았다. 당시 사건을 불송치한 분당서가 재수사를 하는 것이 타당하냐는 의견이 있었다.

이에 대해 경기남부청은 이 사건은 분당서가 맡아 수사할 것이라는 입장을 유지했었다. 최승렬 전 경기남부청장은 지난 2월14일 기자간담회에서 '검찰의 이첩에 따른 수사 주체'에 대한 질문에 “작년 9월에 분당서에서 발표한 내용을 토대로 불송치했는데, 어찌 됐든 다시 경찰로 넘어왔다”며 “분당서가 중심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시도청이나 일선서에서 한다고 수사 결론이 달라지면 안된다”며 “수사 주체와 상관없이 깔끔하게 정리할 의지가 있다. 불송치로 결론이 나더라도 합당한 이유를 설명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다만 분당서에 성남FC사건 외 다른 사건도 있고, 대선과 지방선거가 있기에 업무 부화가 많이 걸릴 것을 우려했었다. 경찰은 분당서에다 반부패 직원 3명을 지원했다.

5월에도 “분당서가 주축이 돼서 하고 있지만, 지금은 경기남부청 반부패수사대가 지원 나가 합동 수사 개념으로 하고 있다”고 했다.

경찰은 지난 5월 성남시청과 두산건설, 성남FC을 압수수색하는 등 강제수사로 전환했었다. 분당경찰서는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압수물 분석을 대부분 마치고 법리 검토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최종 판단만 남겨둔 상황에서 남부청으로 이관된 것이다. 이를 놓고 분당서가 결론을 내기 부담스러워 상급기관인 남부청에 사건을 넘긴 것 아니냐, 또는 사건 자체를 더 키우려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또 지난달 10일 박지영 경기남부경찰청장 새로 부임하고, 같은 달 30일 수사 책임자인 김광식 수사부장에 대한 전보 인사가 나는 등 최근 지휘부가 잇따라 자리를 옮긴 것이 수사에 영향을 준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경찰관계자는 “분당서에 민생 사건이 많아 과부하가 걸린 상황”이라며 “경기남부청이 맡는 게 맞다고 보고 이번 주 내에 이관받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지영 경기남부경찰청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를 하는 것이다. 다른 것은 없으며 고발이 들어온 것을 절차에 따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경훈 기자 littli18@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