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좋은 땅이 좋은 쌀 만든다…엄격한 토질 관리 펼쳐”

우리 입맛에 '안성맞춤', 경기미 전통강자, 안성쌀이 우리 식탁을 즐겁게 해주고 있다. 제10화 경기도 곡창지대를 가다-안성 편 지금 출발한다.

▲ 안성마춤쌀 포대와 쌀알 이미지.

▲대동법의 시초, 안성쌀

안성 지역은 예부터 토질이 우수해 대표적인 쌀의 산지로 여겨졌다. 여기에 안성 쌀을 발전시킨 동력은 장시(場市)의 형성이었다.

특히 대동법의 시범 지역이던 안성에서 쌀을 화폐로 사용하면서 안성의 쌀 문화는 융성해졌다. 대동법은 조선 시대에 공물을 쌀로 바치게 한 납세제도인데, 쌀이 발달했던 안성에서 가장 먼저 대동법이 시행됐다.

안성은 대동법 시범 실시라는 독점적인 지위를 이용하면서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했다. 안성 지역의 대표 특산물 브랜드 '안성마춤'은 이때부터 탄생해 지어진 브랜드다. 대동법을 시행하던 때 안성 지역에선 유기 수공예 거래가 활발히 이뤄졌고 '경기도 안성에 유기를 주문해 만든 것처럼 잘 들어 맞는다'는 데서 '안성맞춤'이라는 단어가 유래했다.

안성 지역의 지리적 여건은 이천시나 평택시에 비해 높은 지대에 위치하면서 비교적 홍수 피해가 작은 지역으로 안성천을 따라 넓게 펼쳐진 평야와 서해안에서 불어오는 해풍을 맞고 자란 안성의 쌀은 우수한 품질을 자랑한다.

특히 경기도 최남단에 있는 도시 특성으로 온화한 기후가 쌀 재배에 적합한 여건을 갖추고 있다.

▲ 양재하나로마트 안성마춤홍보물.
▲ 양재하나로마트 안성마춤쌀 홍보용 이미지./사진제공=양재하나로마트

안성시가 1998년부터 유치한 '안성마춤' 통합 브랜드를 통해 안성 쌀은 우수한 품질의 프리미엄 쌀로 소개되면서 현재까지도 소비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안성시는 81.8%(2020년 기준)를 차지하는 고시히카리, 추청 등 외래품종을 2025년까지 국내육성 신품종으로 전면 대체한다.

안성시는 경기도농업기술원과 함께 국내육성품종인 '맛나미'와 '참드림'으로 전격 교체한다는 계획이다. '맛나미'는 고시히카리를 대체하기 위한 중생종 품종으로 미질이 매우 뛰어나다.

지난 3월 명칭 공모를 통해 '맛나미'로 최종 선정되면서 2023년부터 맛나미로 지은 안성 쌀이 우리 식탁에 오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참드림' 역시 국내육성 품종으로 추청(아키바레)을 대체하기 위해 개발된 우리 쌀 품종이다. 참드림은 부드럽고 찰진 식감으로 21년 올해의 품종 상에 선정될 만큼 밥맛 좋기로 정평 나 있다.

▲ 경기도 안성시의 한 논에서 농민이 트랙터로 논을 갈고 있다./연합뉴스
▲ 경기도 안성시의 한 논에서 농민이 트랙터로 논을 갈고 있다./연합뉴스

▲좋은 땅에서 좋은 쌀이 자란다

안성쌀의 대표 품종으로 밥맛 좋기로 유명한 고시히카리와 추청(아키바레)이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전체 7500여㏊(2020년 기준), 342 농가에서 쌀 재배가 이뤄지고 있다. 안성쌀의 대표 브랜드인 안성마춤 쌀은 점토 함량 12% 이상, 유기물 함량 2% 이상의 우량한 토지만을 생산단지로 선정하고 미질이 우수한 고시히카리 벼를 전면 계약을 통해 재배하고 있다. 특히 안성 지역에서는 벼 수확 때 토질보호를 위해 볏짚 썰어 넣기, 규산질비료 적량시비, 녹비작물인 호밀파종 등을 통해 토양 여건 개선을 위한 정책사업들을 펼치고 있다. 여기에 벼의 생육 시 질소질 비료 30%를 감량하면서 재배 관리규정을 철저히 준수해 쓰러지지 않는 벼를 생산해 내는 것이 특징이다. 또 벼의 수매 시 미곡 종합처리장에서 지정한 수매 기간 전량을 수매하고 최첨단 저온저장시설을 통해 철저한 보관 관리 과정을 거친다.

▲ 최신식 미곡종합처리장.

안성쌀의 특징은 식미치 정도가 80점 이상이어야 하고 싸라기 함량은 4% 이내의 우량한 품질의 쌀만을 엄선한다. 이 가운데 안성 대표 농산물 브랜드인 안성마춤 쌀은 전국 최초로 생산, 보관, 가공, 판매의 전 과정을 실천 프로그램에 따라 관리하면서 품질 경영시스템 ISO 9001 인증을 받았다.

우수한 품질의 안성쌀은 쌀을 주식으로 삼는 동남아 현지 곳곳으로 팔려나가고 있다. 안성시는 2017년 말레이시아 첫 수출을 시작으로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연간 100t 이상을 수출하면서 해외 판로개척에도 힘을 쏟는다.

또 최근 급감하는 쌀 소비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안성 쌀을 재료로 한 '곡물 스낵' 판매에도 나섰다. 안성 양성 농협 측은 자체 쌀 브랜드 '하늘버금쌀'로 만든 쌀과자를 시장에 선보여 소비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담백하고 고소한 안성쌀 특유의 풍미로 인기리에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

안성시는 지난 1월 한국외식업 중앙회 안성지부, 안성마춤 농협과 안성쌀 소비 촉진을 위한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안성쌀 소비시장이 위축되면서 쌀 판매 위축을 해소하기 위한 방침으로 이번 협약을 맺게 됐다. 협약을 맺은 안성 지역 300여곳의 식당에서는 안성쌀로 지은 맛좋은 밥을 먹을 수 있게 됐다.


 

[인터뷰] 심상철 안성시 농업기술센터 농업정책과 마케팅팀장

▲ 심상철 안성시 농업기술센터 농업정책과 마케팅팀장.

“좋은 땅이 좋은 쌀을 만들어 냅니다. 우리 입맛에 '안성맞춤' 안성쌀로 건강한 식사 하세요.”

이제 막 모내기를 마친 경기도 최남단 안성 곳곳이 푸르게 물들고 있다. 연일 가뭄에 시름 하던 논은 때마침 내린 비로 촉촉이 젖어들었다. 내린 비가 반가운 사람은 농민들뿐만이 아니다. 심상철 안성시농업기술센터 마케팅 팀장의 얼굴에도 모처럼 내린 비에 웃음꽃이 피어났다. 대한민국에 좋은 쌀, 많고 많다지만 심 팀장의 안성 쌀 자부심은 대단하다.

“대동법의 시초가 안성 지역인 만큼 대표적인 곡창지대가 바로 여기입니다. 특히 비옥한 토양과 풍부한 농업용수로 경기미 가운데서도 맛좋은 쌀이 자라는 지역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심 팀장은 안성 쌀이 이토록 명성을 얻게 된 데는 엄격한 토질관리에 있다고 했다. 안성에서는 '볏짚환원'이나 미리 호밀을 심는 '호밀파종'을 통해 지력 증진을 위한 정책사업들을 펼쳐나가고 있다.

“좋은 땅이 좋은 쌀을 만들어 내는 법이죠. 안성시에서는 화학비료나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고 가을에 볏짚을 환원해 땅에 썰어 넣는 방식으로 토질 개선에 힘쓰고 있습니다. 덕분에 안성쌀이 각종 브랜드 부문에서 대상을 받기도 하고 최고의 농산물에 주어지는 GAP 인증을 받으면서 명품 쌀로 불리고 있습니다.”

대동법 시행 이후 시장이 융성했던 안성은 시장에 내놓았던 유기 제품이 종전의 히트를 치면서 안성 지역을 중심으로 '안성맞춤'이라는 말이 유행처럼 쓰이게 됐다. 이를 계기로 안성에서는 1998년부터 '안성마춤'을 통합 특산물 브랜드로 사용하게 되면서 '안성마춤'이 새겨진 농축산물들은 프리미엄 특산품이라는 인식이 생겨났다. 그만큼 까다로운 품질관리를 통해 시장에 선보이게 되면서 '안성마춤 쌀'은 소비자들로부터 꾸준한 사랑을 받아오고 있다.

“본래는 안성맞춤이 올바른 표기법인데 고유명사이다 보니 상표권 등록이 어려워 안성마춤으로 쓰이게 됐습니다. 안성마춤은 안성시를 대표하는 명품 특산물에 붙여지는 브랜드로 철두철미한 품질관리 안에 선별한 상품에만 붙여지게 됩니다. 안성마춤 브랜드 제품으로는 쌀을 포함해 한우, 인삼, 배, 포도 등 5가지가 있습니다.”

최근 안성시농업기술센터와 심 팀장은 급감하는 쌀 소비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고 한창 성장기에 있는 우리 아이들을 위한 '아침 식사'용 식품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아침을 먹지 않는 아이들이 늘어나면서 안성시에서는 아이들에게 아침 식사를 권장하기 위해 쌀을 주재료로 한 아침 메뉴를 개발하는 중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맛좋은 아침대용 쌀 식품 개발에 전면적으로 나설 계획입니다.”

심 팀장은 쌀 소비 급감에 따라 시름 하는 우리 쌀 농가에 시민들의 힘이 절실하다고 당부했다. “다양한 먹거리 패턴이 나오고 있지만, 우리가 식량 산업을 결코 놓아선 안 되는 거거든요. 시민들의 국내산 농산물 애용만이 우리 농가를 살리는 길입니다.”


 

[米지의 세계] 이 마크 달렸다면? 품질·명성 믿어도 되요

▲ 지리적표시(PGI) 로고./사진제공=농림축산식품부

지리적 표시제는 상품의 품질, 명성, 특성 등이 근본적으로 해당 지역에서 비롯되는 경우 지역의 생산품임을 증명하고 표시하는 제도이다.

지리적 표시 인증을 받은 상품에는 다른 곳에서 임의로 상표권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적 권리가 주어진다. 쌀 주요 생산지 중 지리적 표시제를 얻은 지역은 이천, 여주, 안성, 김포 등이 있다.

/박혜림 기자 hama@incheonilbo.com



관련기사
[천년밥상 경기米이야기, 농쌀직썰] 제 15화 경기미 어제와 오늘 지금은 남아도는 쌀, 60~70년대만 해도 쌀이 귀해 없어서 못 먹던 시절을 우린 기억한다. 지난날 영화를 누리던 '경기미'는 온데간데없고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한 우리 쌀. '경기미'의 어제와 오늘을 되짚어 본다.▲가짜 경기미경기미의 명성은 여전하다. 조선 초기 '임금님께 진상하던 쌀'이라는 인식이 현재까지 이어져 오면서다. 지금도 쌀 하면 경기미를 최고로 내세울 만큼 고급 쌀의 대명사로 불린다.실제 경기미는 타 지역의 쌀과 비교해 약 25%보다 비싼 가격에 팔리고 있다. 비싼 가격에도 [천년밥상 경기米이야기, 농쌀직썰] 제 16화 '반백년 농사일기' 조팽기 옹 쌀은 생명을 잇는 끼니였고 우리 문화는 쌀을 중심으로 피어났다. 서구화 된 식단에 밀려 점차 우리 밥상에서 멀어지고 있는 '쌀'. 동시에 사라져간 '쌀의 추억'. <천년밥상, 경기米이야기 농쌀직썰 2부>에서는 경기미의 옛 이야기를 쫓아 쌀에 대한 기억을 안고 살아가는 경기인들의 쌀 문화, 쌀에 대한 썰(說)을 풀어본다.# “지금도 쓰고 있지. 눈이 안 보여도 써 오던 습관이 있어서 펜을 놓칠 못해. 애초에 40년 쓰기로 마음먹었으니 채워야겠더라고. 내년이 딱 일기 써 온지 40년 째야.”기억은 짧고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