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가 서로에게 공간을 내어주는 삶
▲ 최재천 '최재천의 공부'.

글로 먼저 만났다. 글이 정말 좋았다. 직접 만나고 싶었다. 기회를 본다. 사심 가득 담아 긴 메일을 보낸다. 멀지 않아 답장이 온다. 아이들을 만나기 위해 바쁜 일정 가운데도 시간을 내어준다. 먼 길 마다하지 않고 한달음에 달려온다. 그렇게 인연을 맺었다. 글과 말이 같기가 쉽지 않다. 그보다 더 어려운 것이 있다. 글과 말이, 그리고 삶이 같은 사람을 만나는 일이다. 그가 그랬다. 그의 글은 참 따뜻하다. 균형 잡힌 시각에 세상을 한눈에 꿰뚫는 통찰력이 있다. 글이 곧 말이었고, 그의 삶과 닮아있다. 이 시대의 어른이다. 그렇게 인연을 맺은 지 15년이 되어 간다. 대학교에 교수로 있을 때나, 잠시 국립생태원장으로 있을 때나 그는 한결같다. 그런 그가 새 책을 냈다.

저자가 평소에 하는 말이 있다. 알면 사랑한다는 것이다. 알아가려는 노력이 축적될수록 이해하고 사랑할 수밖에 없다. 공부와 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이다. 그는 무엇보다 앎이 가져오는 사랑이 소중하다고 여긴다. 인간은 사실을 많이 알면 알수록 결국엔 이해하고 사랑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고 굳게 믿고 있다. 그가 10여 년 전부터 꼭 쓰고 싶었던, 반드시 쓰리라 다짐한 책이 바로 <최재천의 공부>다. 10개월에 걸쳐 어떻게 배우며 살 것인가라는 주제로 안희경 저널리스트가 묻고 최재천 교수가 답한 대담집이다. 코로나 19라는 가깝게 다가온 전 지구적 재난 앞에서 그는 우리 교육이 달라져야 미래가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삶을 탐구하는 방식으로서 배움을 제안한다.

교육은 다가올 내일의 세계를 준비하는 오늘의 활동이다. 인간은 다른 동물들과 달리 출발선을 들고 다닌다. 우리는 매 세대가 원점으로 돌아가 똑같은 데서 출발하지 않고 앞선 세대가 멈춘 곳까지 출발선을 들고 가서 거기서부터 나아가는 존재다. 저자는 교사가 먼저 가르치려고 하지 말고, 아이들이 스스로 배울 수 있도록 일종의 촉진자가 되어주기를 바라고 있다. 우리의 공부는 나의 미래를 만들어갈 뿐 아니라 그 환경을 직간접적으로 공유할 자연 생태계 모두의 미래를 만들어간다. 나를 위해 시작한 공부라 할지라도 모두로 뻗어가기에, 그 공부는 시간과 공간 속에서 무한히 확장될 것이라 말한다. 그는 교육이 달라지지 않으면 미래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자연은 그저 서로 먹고 먹히는 곳인 줄 알았다고 한다. 하지만 자연은 그런 곳이 아니었다. 물론 경쟁은 불가피하다. 지구자원은 한정되어 있는데 그걸 원하는 존재들은 많으니 경쟁할 수밖에 없다. 자연에서는 꼴찌만 아니면 산다. 가장 적응을 잘한 하나만 살아남고 다 죽는 것이 아니라, 풍요로운 시절에는 아무도 도태되지 않는다. 저자는 손을 잡은 자들이, 손도 잡지 않은 독불장군을 몰아내고 함께 사는 곳이 자연이라고 말한다. 그가 쓴 책의 제목처럼 손잡지 않고 살아남은 생명은 없다. 동물 세계에서 승자독식은 없다. 저자는 모두가 공생하는 삶의 중요성을 동물 세계에 빗대어 알기 쉽게 들려준다. 자연계의 가르침에 귀 기울인, 그의 삶을 녹여낸 공부 이야기가 재밌다.

서로가 서로에게 공간을 내어주고 살아간다는 것은 상호존중이 바탕이 되는 삶을 말한다. 각자의 자리에서 상대를 바라보면 각자가 뿜어내는 가치가 보인다. 현대사회가 추구하는 다양성의 가치도, 바로 그곳에서 시작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저마다의 삶 속에는 저마다의 공부가 있다. <최재천의 공부>에는 공부의 뿌리에서부터 시간, 양분, 성장, 변화, 활력 등 맛깔스러운 먹거리로 가득하다. 참 잘 차려진 밥상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밥상을 차려줄지 독자들의 생각이 정리되기를 바라고 있다. 그리고 조금 더 욕심을 내어본다. 그 차려진 밥상이 행복한 밥상이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진다. 그는 지금 행복한 아이가 미래에도 행복하다고 믿는다.

▲ 이성희 인천시교육청 교육연수원 교원연수부장
▲ 이성희 인천시교육청 교육연수원 교원연수부장.

/이성희 인천시교육청 교육연수원 교원연수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