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 한국·태국 여자배구 올스타 슈퍼매치.

요즘 여자배구에 대한 관심이 다시 뜨겁다.

얼마 전까지는 우려의 목소리만 컸다.

한국 여자배구 세계랭킹이 국가대항전인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시작 후 3주 만에 5계단이나 하락했기 때문이다. 지난 2일 일본과 VNL 1주 차 예선 1차전을 치를 때만 해도 세계 14위이던 한국은 VNL에서 승리 없이 8연패를 당해 대회에 참가한 16개 나라 중 최하위로 추락하면서 20일 현재 19위로 내려갔다.

FIVB 세계랭킹은 VNL 성적을 토대로 실시간으로 바뀐다.

그러다 21일 ‘배구 여제’ 김연경의 V리그 복귀 소식이 전해지며 여자배구의 침체를 걱정하던 팬 및 배구 관계자들의 기대와 환호가 커졌다.

이런 가운데 한국배구연맹(KOVO)이 최근 수년 동안 흥미진진하게 한국과 태국을 오가며 치러졌지만 2020년 이후 팬데믹으로 막힌 국제교류의 장, ‘한국·태국 여자배구 올스타 슈퍼매치’를 조명했다.

과연 팬들은 언제 이 경기를 다시 볼 수 있을까.

=2017년 방콕서 첫 개최, 스타 총 출동

기념비적인 제1회 한국-태국 여자배구 올스타 슈퍼매치는 2017년 6월 3일(토) 태국 방콕의 후아막 스타디움(Huamark Stadium)에서 열렸다. 한국배구연맹과 태국배구협회가 주관, 한‧태 양국의 주관방송사인 KBS N과 SMM이 주최를 맡았다.

올스타전인 만큼 당대 양국을 대표하는 스타들이 총출동했다. 한국에서는 당시 한국배구연맹 소속이었던 김형실 경기운영위원장(현 페퍼저축은행 감독)을 필두로 전 IBK기업은행 이정철 감독과 레프트 김연경, 세터 이효희, 센터 양효진과 김희진, 리베로 김해란이 나섰으며 태국에서도 국제적인 세터 눗사라 똠콤을 포함하여 라이트 주 공격수 삠삐차야 꼬끄람, 베테랑 센터 쁘름짓 틴카우 등이 출전했다.

5세트 풀세트까지 이어진 뜨거운 승부 끝에 한국 올스타팀이 세트스코어 3대 2(21-25, 19-25, 25-22, 25-23, 15-7)의 짜릿한 역전승을 일궈냈다. 이날 김연경은 양국을 통틀어 최다 득점인 26득점을 올리며 맹활약을 하였다.

=2018년 한국서 치른 두번째 슈퍼매치

첫 슈퍼매치의 흥행에 힘입어 이듬해인 2018년 4월 8일(일) 두 번째 슈퍼매치가 한국 화성 종합 실내체육관에서 열렸다.

한국도로공사 김종민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다. 마찬가지로 양국의 올스타 선수들이 대거 출전했다. 한국은 김희진과 이재영이 각각 18득점과 17득점을 기록하며 분전했지만 결과는 세트스코어 2대 3(24-26, 25-13, 25-21, 12-25, 13-15) 치열한 5세트 풀세트 접전 끝에 태국이 승리했다. 대회가 일요일 저녁 황금 시간에 편성됐음에도 1.57%(케이블가구기준, 닐슨코리아 제공)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배구가 스포츠 장르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음을 확인한 경기였다.

태국 지상파 채널인 ‘채널3’와 케이블 채널인 ‘SMM’에서는 이번 매치를 4시간 넘게 위성 생중계하며 3%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했는데 이는 대단히 이례적이었다.

당시 태국의 한 방송관계자는 “시청률 3%는 동 시간대 편성된 드라마 시청률보다 높은 수치이며 약 200만 명 이상의 태국 국민이 이날 경기를 시청한 수치”라고 시청률 의미를 전했다.

아울러 유튜브, 페이스북 등 뉴미디어를 통해 국내외 수십만의 누리꾼들의 관심이 집중된 것도 큰 의미가 있었다.

당시 대회 주관방송사인 KBS N의 페이스북을 통해 양국 약 8만3000여 명의 네티즌들이 이날 경기를 즐겼고, 태국 SMM 유튜브 채널을 통해서는 해외 약 30만 명의 배구 팬들이 양국 슈퍼매치와 문화 콘텐츠를 동시에 시청했다.

KOVO SNS 계정에 올라온 대회 관련 콘텐츠에 약 5만6천여 명의 태국 팬들이 관심을 주는 등 한국배구와 스포츠 한류 문화에 대한 동남아 지역의 많은 관심을 반증하기도 했다.

또 2018 한국‧태국 올스타 슈퍼매치는 배구 경기와 더불어 양국의 문화교류를 위해 각 국의 가수들의 콘서트가 함께 열리며 스포츠와 대중문화를 융합한 새로운 형태의 한류 콘텐츠를 만드는 좋은 사례가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더불어 연맹은 대회를 통해 얻은 수익금 전액을 유소년 배구발전기금으로 기부하며 사회공헌활동에도 참여하였다.

=팬데믹으로 2019년 이후 명맥 끊겨

2019년에는 세 번째 올스타 슈퍼매치가 열렸다.

단판 승부였던 이전과 달리 1차전과 2차전 총 2번의 경기를 진행했다.

1차전은 4월 5일(금) 나콘라차시마의 터미널21 체육관에서 열렸고, 2차전은 이틀 뒤 방콕 후아막 체육관에서 열렸다.

도드람 2018~2019 V-리그 우승팀인 흥국생명 박미희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다.

이 해 데뷔해 맹활약을 펼친 이주아, 정지윤, 박은진 등 신인 3인방을 포함해 베테랑 선수들까지 총 16명의 선수가 참가했다.

당시 엑자쉬바시 소속으로 리그 플레이오프에 집중하고 있었던 김연경은 출전하지 못했다.

V-리그의 기나긴 일정을 소화한 뒤 숨 돌릴 틈 없이 대회를 준비한 탓에 1차전에서는 세트스코어 2대 3(23-25 27-29 25-23 25-23 11-15)으로 패했으나, 이어진 2차전에서 3대 0(25-15 25-21 25-23) 완승을 거두며 1차전 패배를 설욕했다.

2차전의 최고 수훈 선수는 V-리그 서브퀸 문정원이었다.

그는 1세트 14-11의 상황에서 서브 에이스 5개를 연속으로 기록하면서 승기를 잡는 데 앞장섰다. 5연속 서브 에이스는 당시 V-리그 기준 역대 타이기록이었다. 이날 승리로 한국은 역대 태국과의 올스타 슈퍼매치 통산 전적도 2승2패로 균형을 맞췄다.

2019년을 마지막으로 한국·태국 여자배구 올스타 슈퍼매치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잠정 중단됐다.

하지만 2022년 현재, 국경이 서서히 열리고 있다.

KOVO는 이에 발맞춰 2023년 4번째 한국‧태국 여자배구 올스타 슈퍼매치를 개최하고자 태국배구협회와 협의 중이다.

2023년엔 ‘한국·태국 여자배구 올스타 슈퍼매치’가 다시 펼쳐질 지 팬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종만 기자 malema@incheonilbo.com 사진제공=KOVO

▲ 2018 한국·태국 여자배구 올스타 슈퍼매치 시작 전 한국팀 소개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