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3월 대통령선거와 6월 전국동시 지방선거에서 성난 민심을 혹독하게 경험했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성찰은 없고 네 탓 논쟁에 매몰돼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전통적 민주당 지지자들조차 등을 돌리게 하고 있다. 지난 16일 4개 여론조사 기관의 정당지지도 조사에서 국민의 힘 43%, 민주당 29%로 나온 것이 그 반증이다.

낯간지러운 수박(겉은 파란색인 민주당, 속은 빨간색인 국민의 힘) 논쟁으로 인해 민주당이 그동안 표방해온 인권, 평화, 보편적 복지, 지방분권 등 시대 정신이 사라졌다. 그냥 팬덤 정치와 계파 자리싸움의 추함만 보일 뿐이다.

사분오열된 민주당이 선거에서 승리해 잔뜩 힘 들어간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 힘을 견제와 비판할 수 있을까 싶다.

더 가관인 것은 민주당이 승리한 한 지방정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퇴임 일주여일 앞둔 민주당 소속 서철모 화성시장이 해외 출장을 갈 예정인데, 이를 놓고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화성시장 후보 경선에서 탈락한 이후 지난달 4일 업무에 복귀한 서 시장은 오는 22∼27일 4박 6일간 태국으로 출장을 간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화성시협의회와 동남아서부협의회간 자매결연 및 간담회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일정을 살펴봐도 절박한 해외 출장으로 보이지 않는다.

이 출장에는 정책보좌관(임기제), 수행비서, 정무비서 등 3명이 동행한다. 여기에 비행기(비지니스석) 표를 포함해 식비, 숙박비 등 모두 1000여만원의 혈세가 사용된다. 서 시장은 27일 태국 출장에서 돌아와 4일 후인 30일 퇴임한다. 출장 기간이 화성시 인수위원회의 일정(13일∼7월20일)과 겹친다. 여기에 인수위 활동을 지원해야 할 정책보좌관이 동행한다. 이 때문에 서 시장의 졸업 여행이란 비아냥거리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런 소식이 전해진 뒤에도 민주당은 당차원에서 어떤 제재를 했다는 말이 없다. 중앙당은 소모적인 수박논쟁에, 그나마 살아남은 민주당의 지방정부는 '지 속 챙기기'로 멍들어가고 있는 셈이다. 민주당 추락의 끝은 어디일까 싶다. 걱정인 것은 권력에 대한 견제와 감시해야 할 정치세력의 한 축이 망가지면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지금이라도 민주당은 더 망해야 산다는 말이 나오지 않게 분골쇄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