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훈도 논설위원.
▲ 양훈도 논설위원.

봉준호 감독이 그랬다. “스트리밍도 좋지만, 극장은 소중하다.” 갑자기 극장에 가고 싶어졌다. <보헤미안 랩소디> 흥행 끝물에 홀로 가서 옛 추억에 흠뻑 잠겼던 게 마지막 극장 행이었는지, <기생충>이 마지막이었는지 가물가물하다. 이후엔 코로나19 핑계대고 OTT로 영화를 봤다. 그렇지 않아도 칸 영화제 감독상, 최우수배우상을 수상한 영화라면 어떻게든 찾아보았을 테지만, 이번에는 봉준호 감독 말대로 소중한 극장에 꼭 가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좋은 영화 고르는 눈이 예리하지 못한 터라, 세계 유수 영화제의 수상작 혹은 초청작은 선택에 큰 도움을 준다.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수상작 위주로 보고 지나가기 일쑤지만 말이다. 재작년 동네 사람들이 커뮤니티공간에 모여 <부재의 기억>을 함께 관람한 적이 있다. <기생충>이 작품상을 받았던 2020 아카데미 영화제에 다큐멘터리 부문에 수상 후보로 올랐던 작품이다. <기생충>도 좋은 영화지만 <부재의 기억>을 만든 감독(이숭준) 같은 영화인들이 저력을 쌓아온 덕분에 요즘처럼 K-필름이 세계적 평가를 받는 날이 오지 않았을까.

칸영화제 관련 기사를 다시 자세히 읽어보니, 최우수배우상 수상작 <브로커>, 감독상 수상작 <헤어질 결심>, 이정재 감독·정우성 주연의 <헌트> 외에도 이번 칸영화제에 초청된 한국영화가 더 있다. 정주리 감독의 <다음 소희>, 문수진 감독의 애니메이션 <각질>이다. <다음 소희>는 비평가 주간 폐막작이라니 기대되고, <각질>은 한국 애니메이션 가운데 처음으로 단편경쟁 부문에 올랐다니 더 궁금해진다. <다음 소희>에 나오는 배두나는 <브로커>에도 형사 역을 맡았다.

송강호 배우의 수상 소감마따나 상을 염두에 두고 영화를 만들거나 연기를 하는 영화인은 없을 터이다. 평소엔 큰 관심을 보이지 않다가 떠들썩한 수상 보도 보고서야 영화 볼 작정을 하는 나 자신이 살짝 부끄럽지만, 그렇게라도 영화를 보아야 한국영화가 한발 더 나아가지 않을까 싶다.

일본인 감독과 한국인 배우진, 중국인 배우와 한국인 배우의 조합은 K-시네마의 개방성 실험이 성공적이라는 평가처럼 들린다. 그러고 보니 프랑스 영화에 한국배우(오광록)가 주연으로 출연한 영화도 칸에 초청 받았다. 차별금지법을 제정하지 못하는 사회적 상황과 보편성을 지향하며 뻗어 나가는 문화적 성취의 부조화가 새삼 대비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관객이 '가족의 의미'를 깊이 성찰하게 하는 영화를 꾸준히 제작해왔다. <아무도 모른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어느 가족>이 그랬다. 상식적 잣대로는 이상하기만 한 가족들을 바라보는 감독의 시선은 담담하면서 따뜻했다. <브로커>는 어떤 느낌으로 남을까.

/양훈도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