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철 작가의 사진책.

어떤 나라에서는 현금이 아예 사라지고 카드와 온라인 지불방식만 사용된다고 한다. 한국에서도 지갑에 현금 없이 나가도 계좌이체와 어플 페이 등으로 웬만한 생활이 가능하다. NFT는 디지털 작품을 비트별로 쪼개서 나누어 갖는 주식과 같은 것이다. 회사 회의 시간에 노트를 가져오는 사람이 줄었다. 대신 태블릿 PC나 스마트폰 메모장에 필기를 한다. 점점 실물이 사라지는 것이다.

시대의 흐름을 역행하고 출판업을 시작하였다. 종이에 활자를 찍어 판매해 수익을 내는 업종이다. 올해 1월 사진작가 김영철의 사진집을 출간하였고, 다른 작가와 다음 책을 준비중이다. 작은 출판사를 시작하는 단계에서 수량을 많이 찍는 것은 부담스러워 적은 양을 제작하다 보니 단가는 올라갔다. 하지만 독자들의 주머니 사정을 고려해 책값을 높게 책정할 수는 없었다. 하버프레스와 같은 작은 출판사들이 모두 고민하는 지점일 것이다. 그럼에도 독립출판 시장은 계속 커지고 있다. 그들은 모두 어떻게 수익을 만드는 것일까?

첫 책을 만들며 어떻게 책을 팔 수 있을지 고민했다. 아무리 디지털 세대라지만 오프라인의 힘을 믿어보기로 했다. 10명이라도, 지인이 아닌 관람객이 올 수 있을까? 제작비를 거둘 수 있을까? 머릿속 수많은 물음표를 꾹 누르고 우리의 취향을 믿어보기로 했다. 1월부터 2월까지 한달 동안 사진전을 열었다. 사진집에 실린 작품을 액자로 제작하고 관련 상품도 만들고, 100% 자체 기획 사진전이었다. 홍보기간이 짧았고, 관람객이 제일 많은 주말 중 일요일을 닫았기에 기대하기 어려웠으나 결과는 놀라웠다. 전시장을 찾는 이는 지인에서 점차 모르는 이로 바뀌었다. “어떻게 알고 오셨어요?” “포털 전시 리뷰보고 왔어요.” 전시장에 흐르던 LP로 재생된 씨네마틱 오케스트라의 음악, 작가가 고른 인센스, 훌륭한 사진작품, 공간별로 다양하게 구성된 큐레이션, 작가의 작업과정을 볼 수 있는 영상관, 옥상에 탁 트인 공간과 노을이 어우러진 다른 소재의 작품. 전시에는 1500명이 다녀갔다. 사진책 초판본은 매진되었으며, 제작했던 상품도 여러 차례 재제작하여 판매했다.

결국 기획력이 경쟁력이라는 결론을 냈다. 당장 회사에 큰 이익을 가져오지 않아도 일관된 결을 유지하며 훌륭한 콘텐츠를 디자인과 마케팅으로 풀어내며 그것을 지속해오면 그 기획력을 인정받는 순간부터 수익이 창출된다고 생각한다.

지극히 디지털적이면서도 아날로그를 유지하는 발란스. 소셜미디어용 컨텐츠를 계속 생산하는 동시에 종이에 인쇄되어 누군가의 책꽂이에 오랫동안 간직될 것을 만들어야 한다. 책 디자인도 읽고 싶은 책을 넘어서 소장하고 싶도록 예쁘게 만들기 위해 고민해 본다. 김영철 작가의 핑크북 'FEELING BEFORE SEEING'이 커피테이블 위에 두면 공간의 분위기를 한껏 설레게 만드는 것처럼.

시간이 지나도 찾게 되는 콘텐츠가 있다. 시대에 국한되지 않으면서도 동시대에 뒤지지 않는 디자인을 입힌 책, 하버프레스와 같은 독립출판이 나아가야할 길이다.

▲ 황은우 하버프레스 공동대표.

/황은우 하버프레스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