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칭우 논설실장.
▲ 김칭우 논설실장.

대한항공이 7월부터 인천~뉴욕 노선에 A380 기종을 투입한다. 이 구간 항공편을 하루 1회에서 2회로 증편하는데, 오전에 출발하는 항공편을 기존 B777-300ER에서 A380으로 변경하는 것이다. 엔데믹으로 인한 해외여행 수요 급증으로 항공권 부족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정부는 6월부터 국제선 운항을 현재 주 100편에서 주 230편으로 대폭 늘린다. 항공사들은 이에 맞춰 증편을 하고 있지만 좌석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운임이 치솟는 상황이다.

대한항공의 A380 투입은 증편 없이 좌석 수를 늘리는 효과가 있다. 대한항공 기준으로 B777-300ER의 경우 좌석 수는 291석 또는 271석이다. A380은 407석이다. 기종 교체만으로 100석 이상 증대되는 효과가 기대된다. 기업들의 해외 출장이 재개되면서 고가 좌석 수도 크게 늘어난다. 일등석(퍼스트클래스)의 경우 B777은 8석, 비즈니스클래스는 56석인 반면, A380은 일등석 12석, 비즈니스클래스 94석에 달한다.

A380은 글로벌 항공여행 수요가 급증하던 1990년대 계획됐다. 당시 중국시장이 무한한 잠재력을 지닌 걸로 여겨졌고 세계 항공시장이 연 평균 15% 이상 성장하던 시기였다. 하지만 A380 출시 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고, 대형 여객기에 대한 수요는 감소세로 전환됐다. 허브공항에서 다른 허브공항으로 가능한 많은 승객을 한 번에 옮기는 방식에서 다수의 중규모 직항 노선 운영으로 항공업계의 트렌드가 바뀐 것도 영향을 미쳤다.

결국 에어버스는 2019년 A380의 단종을 결정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여객기로 기내 면세점, 라운지, 샤워실 등을 갖춰 '하늘 위 호텔'이란 별명을 지닌 A380은 2021년 12월 마지막 1기가 에미레이트항공에 인도되면서 역사적으로 사라졌다. 특히 2020년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항공·여행업계의 불황이 시작되면서 다시는 A380은 보지 못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총 251대가 생산된 A380중 대한항공은 10대를 보유하고 있다. 과거 인천~뉴욕, 인천~로스앤젤레스 등 여객 수요가 많은 노선에 투입됐으나, 코로나19 확산을 기점으로 운항이 멈췄다. A380은 연료 소모가 많아 친환경 흐름에 역행하고, 착륙 시 활주거리가 긴 탓에 취항할 수 있는 공항이 제한적이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지난해 A380 등 초대형기를 2026년까지 없앨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항공업계에서는 이번 A380 투입은 임시방편이라는 반응이 우세하다. 투입되는 A380도 우선 1대로 제한된다. A380 운항재개가 엔데믹이 만들어낸 일시적 현상일지 주목된다.

/김칭우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