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문일 논설위원.
▲ 이문일 논설위원.

잠자리의 몸은 가늘고 길다. 배엔 마디가 있고, 앞머리엔 한 쌍의 겹눈이 있다. 두 쌍의 날개는 얇고 투명하며, 그물 모양을 한다. 씹는 입을 갖고 있으며, 머리를 회전할 수 있다. 세계 각지에 널리 분포하며, 5천여종이 존재한다고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다양한 이름의 잠자리를 여름∼가을철에 흔히 볼 수 있다.

잠자리는 매우 이로운 곤충이다. 모기·파리·나방과 같은 작은 곤충을 먹는다. 모기로 인해 고생을 해야 하는 사람과 달리, 잠자리는 쉽게 모기를 잡아 먹는다. 몸에 비해 크고 둥근 눈을 갖고 있어 사방의 곤충을 감지하며 그 움직임을 폭넓게 예측한다. 잠자리 가운데 왕잠자리는 아주 빠른 속도를 자랑한다. 그래서 날아다니는 모기 등 해충을 잡는 일도 '식은 죽 먹기'다.

어린 시절 한여름에 왕잠자리를 잡았던 추억을 더듬어 본다. 쌍을 이뤄 알을 낳으려고 물가에 앉으면, 쉽게 두마리를 함께 잡을 수 있었다. 암놈 허리에 실을 꿰 돌리며 숫놈을 유혹해 왕잠자리를 많이 잡았던 기억이 새롭다. 그렇게 흔했던 왕잠자리도 요즘은 좀체 찾아보기 힘들다. 급속한 도시화에 밀려 서식 환경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가끔은 장수잠자리를 잡기도 했다. 한국에서 서식하는 최대종인 장수잠자리는 당시에도 귀했다. 검은 몸에 노란색 줄무늬가 선명해 아름답기까지 했다. 몸길이가 80∼110㎜에 달한다. 올가미처럼 감싸는 다리, 빠른 비행속도, 엄청난 방향전환, 잠자리 특유의 비행술, 씹어부수는 데 특화한 턱 등으로 잠자리목의 으뜸을 차지한다. 괜히 장수가 아닌 셈이다. 눈에 잘 띄지 않아 한번 보면 끝까지 쫒아갔던 경험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지금은 이들 잠자리를 잘 볼 수 없을 만큼 우리 주변 환경이 크게 바뀌었다. 잠자리가 산란할 물가를 찾기 어려워짐은 물론 주변에 서식할 만한 환경도 심하게 오염됐다. 그래서인지 희귀종 잠자리를 봤다는 소식은 반가울 수밖에 없다. 최근 영종도에서 멸종위기종인 대모잠자리를 발견한 일도 한편으론 대견하다. 인천녹색연합이 자연 생태 조사를 꾸준히 벌인 성과다. 중구 영종하늘도시 내 인공생태수로와 박석공원 일대에서 몇마리의 대모잠자리를 확인했다. 인근 습지에선 실잠자리·왕잠자리·배치레잠자리도 서식 중이었다. 대모잠자리는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이다. 갈대 등 수생 식물이 많고, 유기질이 풍부한 갯벌·연못·습지에서 보인다.

그렇지 않아도 영종갯벌 곳곳엔 흰발농게·저어새·알락꼬리마도요 등 여러 멸종위기 야생생물이 살고 있다. 이 일대 자연 생태 현황에 대한 조사와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한 이유다. 이들 생물의 서식지 특성을 조사·연구해 보전 방안을 세웠으면 싶다. 인간과 다른 생물이 공존할 수 있는 조건에서만 지속가능한 삶이 가능하리라.

/이문일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