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과 문사철(文學歷史哲學)이 죽어가고 있다고 한탄한다. 문학역사철학을 전공한 학생의 진로가 막연하고 취업이 어렵다고 한다. 인문학을 경시하니 국정을 책임지는 지도자들의 언어가 천박하고, 국민을 대변하는 사람들의 행동에 역사의식이 빈곤하다고 걱정한다. 다른 한쪽에서는 기공계 기피현상으로 국가의 미래 먹거리가 어둡다고 염려한다. 수포자(수학포기자), 과포자(과학포기자)가 늘고 있어 첨단미래산업을 이끌어갈 사람이 부족하다고 난리다.

대한민국은 과거의 노동집약적인 산업에서 기술집약적인 산업구조로 발전해 나가기 시작했다. 독자적인 연구개발 투자가 서서히 결실을 맺으면서 조선, 화공, 자동차, 반도체, 바이오 등 나름 경쟁력을 가진 산업들이 등장했다. 부존자원이 거의 없는 우리나라가 획기적 산업변화를 가져올 수 있었던 것은 국민적 교육열에 힘입은 인적자원 배출이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고급 과학기술 인력의 뒷받침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요인이었다. 최근 몇 년 사이, 특히 코로나19 확산으로 전세계가 셧-다운 일보 직전까지 몰린 현 시국에서 세계 속 대한민국의 활약은 눈부시다. 'K만 붙으면 잘 팔린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K'의 원조라고 하면 바로 한류 콘텐츠를 꼽을 수 있다. BTS 등 K-팝에 이은 오징어 게임을 필두로 사랑의 불시착, 그리고 기생충, 미나리 등 K-콘텐츠의 전성시대다. K-반도체, K-바이오 등이 뒤를 잇고 있다.

인천과학문화거점센터(사진)가 4월 과학의 달 행사와 5월 어린이날 행사를 성공적으로 대면 진행했다.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겸손하게 느껴질 정도의 대박이었다. AR/VR, 자율주행, 로봇, 드론체험 등 첨단의 미래기술을 경험할 수 있는 부스체험행사와 흥미로운 과학퍼포먼스 공연들이 진행됐다. 특히 5월5일 어린이날에는 과학의 달 행사를 경험했던 학생과 학부모 등 수천명이 개소 1~2시간 이전에 줄을 지어 대기했다고 한다. 한편에서는 '문송합니다'라는 자조섞인 말이, 다른 한 편에서는 '과포자'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각기 존재하는 대한민국에서 생활친화적 과학체험은 그 자체로 '차세대 K'를 생산할 수 있는 자양분이 될 것이다. 인천 곳곳에 기본과학복지와 과학열풍을 불러 일으킬 인천과학문화거점센터의 활약이 기대된다.

▲ 김칭우 논설실장.

/김칭우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