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향해 나아가는 교사의 특별한 삶

 

나는 한문 교사다. 비록 지금은 수업하고 있지 않지만, 마음만은 항상 교실에 자리하고 있다. 수업시간에 한 명씩 자신의 이름을 한자로 칠판에 적게 했다. 그리고 꿈을 그 옆에 쓰게 했다. 아이들이 적은 이름과 꿈을 버무려 이름 풀이를 했다. 그리곤 그 아이의 꿈과 관련된 진로 정보와 책을 소개했다. 아이들은 보통 꿈을 물으면 직업으로 답이 온다. 그들에게 꿈은 동사나 형용사가 아니다. 한 반이면 대개 꿈은 10개 안팎으로 나온다. 상위권을 차지하는 직업 중의 하나가 바로 교사다. 교육부가 발표한 <2021년 초·중등 진로교육 현황조사> 결과를 보면 초등학생 희망직업 3위, 중·고교생의 경우 희망직업 1위가 교사다. 교사는 여전히 많은 이들이 선망하는 직업이다.

현실은 녹록지 않다. 교사들은 현재 수많은 스트레스 속에서 소진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수업과 방역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교육이 위기라고 한다. 경쟁, 입시 위주의 교육 속에서 고통받는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들린다. 하지만 학교에서 상처받는 교사에 대한 이야기는 찾아보기 어렵다. 오히려 교사들에게 모든 책임을 되돌리거나, 때론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아이들의 상처만큼 교사들의 상처도 깊고 아프다. 누군가 나의 상황과 고통에 대해 공감하고, 그 해결방법을 같이 고민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위로를 받는다. 저자는 소진과 마음의 상처로 병원을 찾은 교사들의 아픔을 살뜰히 살피며, 그 치유법에 대해 다양한 해결책을 제시한다.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는 만족을 얻기 어려운 직업으로 교사를 꼽았다. 그 이유는 교사의 목표인 배움은 끝을 가늠할 수 없고 상대인 아이들의 변화를 따라가기가 쉽지 않은 반면, 교사에 대한 사회적 요구는 크기 때문이다. 교사는 불가능한 것을 가능함으로 만들어야 하는 운명을 가진 사람들이다. 교사, 사회복지사, 간호사, 의사, 종교인의 공통점이 있다. 타인에게 돌봄을 제공하는 직업군의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이들 중 적지 않은 사람들이 어려워하고 어색해하는 일이 있다. 그것은 자신을 돌보는 일이다. 자신에게 휴식을 허락하고 돌봄을 받아들이는데 인색하다. 다른 사람들을 조력하는 사람들이야말로, 자신을 잘 돌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많은 학자는 이야기한다.

상처를 피하려 할수록 있을 곳이 없어지고, 상처받지 않기 위해 완벽해지려고 할수록 더 괴롭고 힘들어진다. 상처받지만 품위를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상처받지만 사랑을 포기하지 않는다. 상처받지만 희망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이 교사의 특별한 삶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는 또한 많은 교사가 자신들의 힘듦과 아픔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설령 알더라도 당장 눈앞에 아이들이 어른거려 그 아픔을 외면한다고 지적한다. 교사 스스로 자신의 상태를 알고 자신을 돌보기 위해 한 발 내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가 말하는 치유법은 자신의 전공인 의학적 해법을 넘어선다. 개인적 해법, 사회적 해법, 공동체적 해법 등 다양하면서도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한다.

교사는 아이들을 일으켜 세우고 그들과 함께 뚜벅뚜벅 세상으로 걸어간다. 교사는 아이와 어른의 정체성, 두 가지를 함께 가지고 있다. 아이들과 눈을 맞추며 아이의 마음 되어 생활하는 동시에, 또한 좋은 어른의 모습으로 살아가야 한다. 어느 노랫말처럼 내 속에 내가 너무 많다. 그래서 좋기도 하지만 힘들기도 하다. 교사의 아픔이 치유되고 공동체 속에서 함께 성장할 때 우리 사회에 희망이 싹틀 수 있다. 비를 맞으며 걷는 사람에겐 우산보다 함께 걸어 줄 그 누군가가, 울고 있는 사람에겐 손수건 한 장 보다 기대어 울 수 있는 한 가슴이 필요하다. <선생님, 오늘도 무사히!>와 함께 걷는 그 길은 참 따뜻하다. 넉넉한 위로가 된다. 그리고 힘이 된다. 책을 펼치는 첫 장부터 닫는 마지막 장까지 교사들에 대한 사랑과 믿음이 오롯이 담겨 있기에 그러하다.

▲ 이성희 인천시교육청 교육연수원 교원연수부장

/이성희 인천시교육청 교육연수원 교원연수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