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해사고 '마리타임' 조병완 작가 초대전
수호신 이미지 내려놓고 자유로운 모습 담아

인천 중구 국립 인천해사고등학교 내 갤러리 '마리타임'에서 특별한 전시회가 열린다.

시인이자 한국화가 조병완 초대전을 준비했다.

오랜 팬데믹에서 일상으로 회복하기 위한 기원을 담은 전통 소재를 선택했다.

예로부터 우리나라에서 까치는 좋은 소식을 전하는 길조로, 호랑이는 좋지 않은 기운이나 잡귀를 물리치는 수호신으로 여겼다. 벽사(辟邪)와 길상(吉祥) 두 뜻을 담고 있다.

조병완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인간 세상과 삶의 현장으로 내려온 두 동물을 그려냈다. 호랑이는 수호신의 위엄을 내려놓고 따뜻하고 재치 넘치는 모습으로 우리 가까이에 있다. 조 작가 특유의 친근함이 이번 민화에서 잘 드러난다.

여기에 삶과 예술 사이의 긴장 관계도 흐른다. 그의 그림에 등장하는 이른바 '노는 호랑이'는 긴장을 해학으로 극복하는 과정도 읽을 수 있다. 호랑이를 그리는 선은 우직하고 힘차지만 사실적이거나 주술적인 무거움은 걷어낸 모습이다. 어떤 경쾌한 인물이 호랑이 탈을 쓰고 노는 듯한 다양한 상황을 통해 기존의 의미와 형식을 벗어버린 자유를 느낄 수 있다. 청화백자의 색과 선을 입은 호랑이는 오랜 동료인 까치는 물론 축구공과 책, 컴퓨터, 붓, 백자 항아리, 궁극적으로는 세상 그 자체와 더불어 유유자적한다.

조병완 작가는 홍익대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22회 개인전과 다양한 전시에 참여했다.

전시를 기획한 이창구 큐레이터는 “조병완의 작품은 우리 전통 회화인 민화에서 출발했지만 마치 만화의 한 장면처럼 그려졌다”며 “그림 속 호랑이 비중이 점점 커지면서 삶의 무게와 그에 대한 연민조차도 경쾌하게 걷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억지로 화두를 정한다기보다는 작가 스스로 예술과 삶 사이에서 자유롭게 놀고자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상환 인천해사고 교장은 “학교 공간을 활용하는 동시에 지역민과 다양한 현대미술 작품을 공유하고 열린 학교를 추구하기 위해 갤러리를 운영한다”고 말했다.

/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