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문일 논설위원.
▲ 이문일 논설위원.

세계에서 가장 많은 고인돌이 분포돼 있는 나라는 어딜까. 바로 대한민국이다. 주로 청동기 시대에 만들어진 전 세계 고인돌 6만여기 중 3만~4만기가 한반도에 위치한다. 하도 많아 이런 우스갯소리도 전해진다. 어떤 동네에서 집을 지으려다 무지막지한 돌덩이가 나타났다. 치우기엔 너무나 커서 그냥 안에 두었는데, 알고 보니 고인돌이었다고 한다.

고인돌은 선사시대 제사장 무덤이라는 게 통설이다. 지배층이 죽은 뒤 세운 석제 구조물의 한 종류로, 거석(巨石)문화를 대표하는 유적으로 본다. 무게만 해도 수십t에 이르는 덮개돌을 캐서 운반하고 무덤에 안장하려면, 실제로 수많은 인력이 필요하다. 지배층의 권력과 경제력을 상징하는 유적일 수밖에 없다. 국내에선 거대한 돌무덤뿐만 아니라 소규모 덮개식 고인돌도 발견된다. 지배층은 물론 상당수 일반인도 고인돌에 묻혔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고인돌은 덮개돌을 받침돌로 괴어 놓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하필 무덤 기념물이다 보니, 죽은 사람을 높여 부르는 호칭인 '고인(故人)'돌이라고 오해하기도 한다. 하지만 '물이 고인다'와 같은 맥락으로 '돌을 괴어서 만든 무덤'이란 뜻이다. 한자로는 지석묘(支石墓)라고 한다. 한반도에선 벼농사로 노동력을 갖춘 청동기 시대 초기부터 고인돌을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

강화군 하점면과 양사면엔 40여기의 '탁자식 고인돌'이 보인다. 시신을 일정 장소에 안치하고, 사면을 판석으로 가린 뒤 그 위에 덮개돌을 얹은 형태를 말한다. 하점면 부근리 고인돌은 우리나라 탁자식 고인돌 중 제일 큰 규모를 자랑한다. 부근리 고인돌은 주변 여러 고인돌과 더불어 2000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부근리 고인돌은 뚜껑돌만 해도 길이 7.1m, 폭 5.5m, 높이 2.6m에 달한다. 그 무게만 80여t이다. 부근리 고인돌을 만들려면 최소한 장정 800여명이 있어야 할 만큼, 당시 권력의 규모를 알려주기도 한다. 강화군은 부근리 일대에 공원을 조성하고, 청동기 시대 생활상을 알 수 있는 시설들을 설치해 방문객들의 편의를 돕는다.

강화군이 고인돌을 오롯이 느낌으로써 우리 역사를 알리려는 행사를 지난달 30일부터 열고 있다. 이 '강화 고인돌 선사체험'은 문화재청 세계유산 활용 공모사업으로, 인류 자산의 고유한 가치와 역사적 의미를 함께 향유하는 프로그램이다. 가족단위로 부근리 고인돌을 탐방하며, 사냥·제례의식·고인돌 축조 등을 생생하게 경험할 수 있다.

이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가정의 달'을 맞아 갖가지 행사에 참여하려는 이들이 많다. 그래도 가족과 함께 풍성하게 즐기려면, 개인 방역수칙은 더욱 철저해야 한다. 아무튼 그동안 코로나19로 인해 변변한 놀거리가 없었던 시민들에게 이들 문화체험이 '공복'을 달래주었으면 한다.

/이문일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