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칭우 논설실장.
▲ 김칭우 논설실장.

지난 금요일, 4월의 마지막 업무일 미국 증시 나스닥은 폭락했다. 올 들어 나스닥은 21%나 떨어졌다. 4월 나스닥 월간 하락폭 13.4%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치다. 지난해 코로나19에도 나스닥은 21% 상승했지만, 올해는 상승분을 고스란히 반납한 셈이다. 미국에서는 5월과 6월 큰 폭의 금리인상이 예고돼 있다. 골드만삭스 같은 금융기관들은 경기침체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1995년 무렵에도 미국은 금리를 급격히 올렸고 경기는 추락했다. 2~3년 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신흥국들은 경제위기를 맞았다. 2006년에도 비슷한 양상이었다. 급격한 금리인상을 버티지 못하고 서브프라임사태가 터졌다. 2008년 세계 경제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았다.

2020년, 2021년 세계 경제는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서서히 회복해 가던 세계 경제는 코로나19에 대처하기 위해 막대한 돈을 풀기 시작했다. 세계적으로 대략 5조 달러, 우리 돈으로 6000조원 가량이 풀렸다. 이렇게 풀린 돈은 코로나19의 여파에도 각종 자산에 거품을 형성했다.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미쳐 부동산 폭등을 유발했고 정권이 교체됐다.

세계적으로 어마어마하게 풀린 돈은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대란에, 세계의 공장 중국의 셧다운으로 인플레이션이 가속화되고 있다. 상하이 봉쇄가 풀리나 싶더니 베이징이 다음 차례로 언급된다. 세계 화물 운송용 선박 5척 중 1척이 항구에 묶여 있으며 그중 30%는 중국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화물을 운송해야 할 배가 항구에 묶여 있으니 컨테이너 운송비가 폭등한다. 2019년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는 2010년에 비해 겨우 10% 올랐지만 최근 2년간 10배 가까이 올랐다. 중국에서 미국으로 가는 컨테이너 1개 당 운송비는 1년 전에 비해 3배 가량 올랐다. 당연히 컨테이너 안에 담긴 제품은 그 이상 올랐을 것이고, 그마저도 제 때 받을 수 없는 처지다. 부품이 오지 않으니 완성품이 제 때 생산되지 못한다. 여기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장기화되고 있다. 원자재 가격이 치솟을 수밖에 없다. 식량문제는 더 심각하다. 요소수 사태처럼 비료생산도 제 때 안되고 이마저도 글로벌 공급이 여의치 않다. 가축 사료의 95%를 차지하는 옥수수 생산량이 줄어드니 육류 가격도 덩달아 상승하고 있다. 무엇이든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술 많이 먹고, 숙취가 없길 바랄 수는 없다. 산이 높으면, 골도 깊다. 공짜 점심도 없다. 어떻게 좀 해보겠다고 무리하다가 더 큰 화를 부를 수 있는 상황이다. 경제도, 우리 생활도 그렇다.

/김칭우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