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문일 논설위원.
▲ 이문일 논설위원.

인천 서구엔 정서진(正西津)이 존재한다. 강원도 강릉에 위치한 정동진(正東津)의 대칭 개념이다. 광화문을 기준으로 서쪽 끝 지점이자 나루터를 말한다. 정동진의 일출이 희망과 새로운 출발을 의미한다면, 정서진의 일몰은 낭만·그리움·회상 등을 이야기한다. 노을은 한낱 '꿈같은 인생'을 반추하며 여러 생각에 잠기게 하는 매력을 지니기도 한다. 매년 12월31일엔 한해의 마지막을 기리는 '정서진 해넘이' 행사가 열린다.

서구는 2011년 경인아라뱃길과 서해가 만나는 지점에 정서진을 조성했다. 정서진 광장엔 상징 조형물로 흰 돌덩어리처럼 생긴 노을종을 두었다. 노을종은 서해안의 밀물과 썰물이 만들어낸 조약돌 형태다. 그 옆으론 노을벽이 있다. 조그만 종이 빼곡하게 매달려 방문객이 추억을 새기는 체험공간이다. 이 뒤론 해의 모습을 형상화한 정서진 표지석이 우뚝 서 있다.

인천엔 정서진 말고도 낙조 명소가 수두룩하다. 강화군 낙조마을·중구 용유동 왕산해변·북성포구·인천대교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인천 앞바다를 배경으로 한 저녁 노을은 정말 아름답다. 해가 바다 속으로 숨어버리기 직전 황해를 온통 붉게 뒤덮는다. 인천의 저녁노을은 마치 한폭의 그림 같다. '천혜의 관광상품'으로도 손색이 없다. 사람들은 해넘이 순간을 놓칠세라 열심히 셔터를 눌러대기도 한다.

인천시와 인천관광공사는 이런 아름다운 석양과 야경을 감상할 수 있는 '노을야경투어'를 지난 4월29일부터 시작했다. 오는 10월29일까지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낙조시간 등에 맞춰 운영된다. 2층 버스를 타고 인천대교를 경유해 왕산마리나에서 멋진 노을을 감상한 뒤 돌아오는 코스다. 노을야경투어는 겨울철엔 운영하지 않는다. 인천시티투어는 이 외에도 일정한 코스를 가로지르며 정류장마다 자유롭게 승·하차할 수 있는 인천레트로와 바다노선도 운영한다. 인천레트로는 기존 개항장 노선에서 원도심으로 관광권역을 확대해 신포국제시장·수도국산달동네박물관·화평동냉면골목 등 관광지를 다양화했다. 이전부터 이용객 호응도가 높았던 송도국제도시와 영종도를 순환하는 바다노선도 지속적으로 운행한다.

세계적으로 이름난 낙조마을엔 관광객들이 먼 걸음을 마다하지 않고 찾는다. 실례로 국제적 휴양지인 인도네시아의 발리 해변 주변은 낙조 하나로 국내외 관광객을 엄청나게 불러들인다. 노을을 보려고 오가는 이들을 맞는 상품점과 음식점 등은 인산인해를 이룬다고 한다. 관광은 이처럼 '굴뚝 없는 산업'으로서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 인천시도 하찮게 여기지 말고 노을을 주제로 '시간여행'을 할 수 있는 관광상품을 개발하면 어떨까 싶다. 아무튼 코로나19로 억눌렸던 일상을 다시 찾은 만큼, 노을과 더불어 편하고 안전한 여행을 떠나 보자.

/이문일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