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와 학부모 사이 서성이는 당신에게

부모라는 이름, 아이를 위해서는 한없이 강하지만 또 아이 앞에서는 끝없이 약한 존재이기도 하다. 당혹스럽지만 세상을 향한 굳건한 기준이 내 아이 앞에서는 잠시 흔들린다. 우리는 아이로 인해 울고 웃는다. 세상에 갈대도 그런 갈대가 없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관계가 아이와 부모 사이가 아닐까 한다. 그만큼 적당한 거리 두기가 쉽지 않다. 고슴도치들은 서로가 너무 떨어지면 추위를 타고, 그렇다고 너무 붙으면 가시에 찔려 상처를 입는다. 서로 보듬으면서 상처 입거나 상처 주지 않을 만큼의 최소한의 간격, 아이와 부모 사이의 거리다. 길 잃은 부모들을 위한 각종 육아법과 교육법이 난무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정답 없는 그 길에서, 정답을 찾고자 길을 서성인다.

<아이라는 숲>의 저자 이진민은 정치철학자이다. 원래 철학자들은 다정한 마음으로 딴소리하는 사람이라고 스스로 칭한다. 그러면서 조금은 불편하고 낯선 생각들이더라도 부디 다정하게 닿기를 바라고 있다. 저자는 다정이란 말을 참 좋아한다. 그 다정이, 글 속에 자연스럽게 묻어난다. 아이를 만나는 이 세상 어른들에게 조심스럽게 나누고 싶은 말들을 편안하고 유쾌한 문체로 풀어낸다. 마치 옆에서 친구가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같다. 읽다 보면 어느새 그 이야기 속으로 깊이 빠져든다. 서문에서 밝혔듯 이 책은 저자 스스로 다짐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또한 독자들에게 대화와 위로, 그리고 응원의 3종 세트를 건네고 싶은 마음을 가득 담았다.

저자는 미술사를 암기하는 법보다는 미술과 만나는 법을, 수학 문제를 푸는 법보다는 수학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법을, 그래서 결국은 숫자로 환산되는 점수로 가치를 재단하기보다 생각의 언어로 세상을 바라보는 법을 배우는 아이로 크기 바라는 마음을 모아 문장을 만들었다고 한다. 이 책은 저자 스스로의 다짐이자, 같은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 동시대의 부모들에게 건네는 대화이다. 저자는 상처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에 대해서, 그리고 진짜 필요한 공부가 무엇인지 들려준다. 또한 아이들의 경제관념과 성교육, 인류가 만물의 친구가 되는 다정한 초록의 삶에 대해 강조한다. 그는 아이들이 지구별에서 더 넓고, 더 깊게 성장하여 멋진 우리의 일원이 되기를 바란다.

정답은 없겠지만 정답처럼 저자가 마음에 품은 말이 있다. 공간을 함께 고민하는 모임에서 만난 어느 참가자의 말이다. 우리 아이들이 늘 은은한 빛 속에 서 있을 수 있도록 '신호등 같은 어른이 아니라 가로등 같은 어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어른이 항상 옆에서 잡아주고 앞에서 끌어주면, 아이는 자기의 힘과 능력을 확인할 기회를 잃는다. 어른의 자리가 있다. 아이가 혼자서 앞으로 나아가거나, 넘어졌다가 다시 일어서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는 곳이면 좋겠다. 또한 너무 위험하다 싶으면 잡아주고, 지치고 힘들어할 때 뒤에서 받쳐주는 자리면 더욱 좋겠다. 아이의 앞이나 옆이 아니라, 한 발 정도 떨어진 뒤쪽이면 어떨까?

부모는 아이로부터 사랑이 사랑으로, 신뢰가 신뢰로 교환되는 따뜻한 관계를 경험한다. 과거 나는 누군가의 아이였고, 지금 누군가의 부모이다. 인연의 끈으로 맺어지는 순환의 고리 가운데에 내가 있다. 위에서, 또 아래에서 받은 사랑의 기억들로 지금의 내가 존재한다. 그 사랑의 기억이 이 세상을 살아가는 힘이 된다. 온기가 된다. <아이라는 숲>은 자녀교육에 대한 속 시원한 정답을 말해주지 않는다. 하지만 독자들을 부모와 학부모의 사이, 그 어디 경계에서 더는 두리번거리게 하지 않는다. 지금 같은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 부모를 생각하며 써 내려 간 글을 따라가다 보면, 불안하고 막막했던 고민은 어느새 봄 햇살에 눈 녹듯이 사라지고 만다.

/이성희 인천시교육청 교육연수원 교원연수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