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경기도미술관 청년작가전 '박형진: 지금 이따가 다음에'

매일 수행같은 관찰·기록 근거
시간 주제 '모눈종이 색점' 작업
반복된 일상 속 자연 변화 담아

 

▲ 박형진 작가의 '토끼풀' 시리즈./사진제공=경기문화재단
▲ 박형진 작가의 '토끼풀' 시리즈./사진제공=경기문화재단

 

안산 경기도미술관은 오는 8월15일까지 1층 프로젝트 갤러리에서 청년작가전 '박형진: 지금 이따가 다음에(Other Times Another Time)'를 연다.

청년작가전은 2020년에 시작된 경기도미술관의 연간 프로젝트로, 동시대 미술에서 잠재력을 인정받는 청년작가를 발굴하고 지원해왔다.

참여작가 박형진은 직접 경험하고 관찰한 주변 풍경의 시간을 화폭에 기록한다. 박형진의 이름을 알린 이른바 '색점' 연작은 작가의 작업실 창문 너머로 보이던 나무의 색 변화를 모눈종이에 색점으로 표현한 작업이다.

작가는 매일매일의 수행에 가까운 관찰과 기록에 근거해 자연의 다채로운 변화를 색점으로 옮겼다. 모눈종이를 빼곡히 채운 색점은 작가가 경험한 시간의 산물이며, 반복된 일상에 숨겨졌던 자연 본연의 질서를 드러낸다.

이번 전시에서는 '시간'을 주제로 작가의 새로운 관심사가 투영된 신작을 소개한다. '지금 이따가 다음에'라는 전시명도 작가의 시간에 대한 태도를 나타낸다.

작가는 팬데믹으로 인해 멈춰버린 시간 속에서 과거, 현재, 미래 순의 선형적 흐름이 아닌 직접 경험하고 기억하고 재배치한 시간을 표현하고자 했다.

그중 '은행나무(2021~2022)'와 '토끼풀(2022)' 두 시리즈는 경기도미술관의 지원으로 제작한 작품으로, 나무의 변화에서 보이는 시간의 자취를 모눈종이 위 색점과 형태로 풀어냈다.

'은행나무' 시리즈는 인적이 사라진 지난해 유난히 맑았던 하늘 아래 선명했던 은행잎의 노랑을 담은 작품으로, 각자의 기억 속 노랑을 환기한다. '토끼풀'은 네잎 클로버의 상징성에 빗대어 창밖 어딘가에 존재할 행운을 손에 쥐는 즐거운 상상을 선사한다.

▲ 박형진 작가의 '매듭 없는 동그라미' 시리즈./사진제공=경기문화재단
▲ 박형진 작가의 '매듭 없는 동그라미' 시리즈./사진제공=경기문화재단

전시장 한편을 가득 채운 '매듭 없는 동그라미(2020~2021)'는 전례 없는 팬데믹 상황 속 급변하는 코로나 확진자 수를 모눈종이 위 동그라미로 기록했다. 1년 8개월이 걸린 작품으로, 동그라미를 칠하고 지우기를 반복하며 현재도 진행 중인 모두의 불안을 가시화했다.

경기도미술관은 관람객의 전시 이해를 돕기 위해 디지털 리플릿을 제작했다. 전시실에 부착된 QR코드와 경기도미술관 홈페이지를 통해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디지털 리플릿에는 작품별 해설과 작가 노트 등 다양한 콘텐츠를 수록했다.

디지털 리플릿은 지속가능한 지구를 위한 작은 실천으로 종이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도입됐다. 자세한 정보는 경기도미술관 누리집(gmoma.ggcf.kr)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김장선 기자 kjs@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