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욕구가 낳은 '기후위기'…생활방식·산업구조 바꿔야

뉴스 보기를 즐긴다. 특히 저녁 종합뉴스는 꼭 챙겼다. 지금은 방송국마다 방영시간도 또 뉴스 내 편집 순서도 조금씩 다르지만 공통점은 있다. 뉴스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것은 바로 '내일의 날씨'다. 날씨는 그만큼 중요한 정보라 할 수 있다. 비가 오는지 눈이 오는지 폭염인지, 한파인지에 따라서 옷차림을 비롯한 일상이 달라진다. 2014년으로 기억된다. 날씨예보에 미세먼지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미세먼지가 우리의 생활영역 속으로 성큼 들어왔다. 미세먼지 예보에 따라 야외활동, 여행, 환기뿐만 아니라 학교수업까지 영향을 받는다. 날씨와 기후환경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우리 스스로가 자초한 일이다.

2018년 전문가 745명이 참여한 다보스포럼 설문조사에서 지구적인 위험요인이 발표되었다. 기후변화 대응실패, 자연재해, 난민 위기, 대량살상무기 등이 상위권이었다. 이중 인류가 직면할 가장 영향력이 큰 위험은 대량살상무기, 극한(재해성) 날씨 순이며, 극한 날씨를 가장 발생 가능성이 큰 위험으로 꼽았다. 이상기온으로 인한 폭염과 혹한, KF94 마스크로 대변되는 대기오염은 이제 일상이 되었다. 기후변화와 대기오염이 먼 미래에 일어날 사건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우리 눈앞에 놓인 문제가 된 지 이미 오래다. 저자는 대기과학자이자 국립기상과학원 초대 원장이다. 그는 <파란하늘 빨간지구>에서 인류가 직면한 기후문제들을 독자들의 눈높이에서 알기 쉽게 풀어낸다.

산업혁명 이후 인류는 수억 년 동안 땅속에 묻혀 있던 화석연료를 태워 지구를 따뜻하게 만들었다. 이 결과로 지구의 문명을 가능하게 했던 기후 조건은 훼손되고 있다. 인류가 단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상태로 가고 있다. 2018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총회가 인천에서 열렸다. 총회에서는 지구 평균온도를 산업혁명 이전 대비 1.5도 이내로 억제하는 방안을 특별보고서로 발표했다. 지구 온도 1.5도라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온실가스 배출을 2030년까지 2019년 수준에서 43%로 줄이고 2050년에는 순 제로에 도달해야 한다. 이것은 석기 시대가 돌이 없어서 끝난 것이 아니듯 화석연료가 있어도 쓰지 않는 새로운 시대로 가야 함을 의미하는 것이다.

기후변화, 환경오염, 오존층 파괴, 생태계 파괴, 오염 먼지와 같은 지금의 위기는 과거의 결핍을 메웠던 산업기술의 진보가 가져온 위험이다. 이는 주로 결핍이 아닌 더 누리고자 하는 과잉욕구 때문에 발생한다. 우리 사회가 지향해온 가치를 다시금 점검할 필요가 있다. 지금 우리는 생활의 편리함만을 추구하는 과소비 체계를 바꾸는 선택을 해야 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선택의 여지는 줄어들고 미래세대가 겪어야 할 시련은 커져만 갈 것이다. 더 크게 더 빨리 발전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발전이 가져올 수 있는 위험을 함께 성찰해야 한다. 기후변화 대응은 그 심각성에 대한 깊은 이해와 성찰을 통해 현재의 생활방식과 산업구조를 바꾸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최인훈은 소설 <광장>에서 “내 나라 하늘은 곱기가 지랄이다”라고 했다. 그가 본 하늘은 그 이전 세대의 선물이다. 지금 나의 하늘을 다음 세대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다. 사시사철 곱디고운 파란 하늘을 선물하고 싶다. 우리의 미래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지금 나의 선택에 의해 미래는, 또 다른 빛깔의 세상으로 펼쳐질 것이다. <파란하늘 빨간지구>는 다음 세대를 위한 '지금의 선택'에 나침반이 되어준다. 저물녘 구름이 태양 빛과 어우러져 다양한 색깔로 자신과 하늘을 물들이듯 인류와 자연이 빚어낼 아름다운 지구를 꿈꾼다. 지구에 사는 모든 이에게 이 책을 권한다.

/이성희 인천시교육청 교육연수원 교원연수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