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담은 그림·얽힌 이야기로
다독거림이 필요한 이들에게
무심코 지나쳤던 햇살·바람이
어떻게 말 걸어 오는지 보여줘
▲ 덥석 받아든 위로, 이강화 지음, 창이있는작가의집, 176쪽, 1만6500원
▲ 덥석 받아든 위로, 이강화 지음, 창이있는작가의집, 176쪽, 1만6500원

강화에 정착한 강화, 이강화 작가가 신간 <덥석 받아든 위로>를 펴냈다.

초등학교 2학년부터 50여 년 동안 그림을 그려온 이강화 화가는 부산에서 태어나 인천에서 성장했다. 인천 부평고등학교를 나오고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후 프랑스 파리에서 유학을 거쳐 다수의 전시에 참여하며 활발하게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현재는 세종대학교 예체능대학 회화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번 책은 흙과 꽃, 물과 풀 등 자연을 작품으로 담아낸 화가의 그림 이야기다.

작가가 소재를 찾아 나섰을 때 낱낱이 각인된 설렘과 고난의 과정을 떠올리며 일기를 쓰듯 적었다. 그림 한 점과 그에 얽힌 이야기를 한 편씩 묶었다. 1998년부터 현재까지 그려온 그림 중 40여편을 뽑아 그림과 함께 읽으면 좋을 소재의 발견 에피소드부터 컬렉터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사색의 글들이 담겨 있다.

▲ 이강화 작 '신화'. 툭 건드리면 감춰두었던 첫사랑부터 줄줄이 밷어낼 것만 같은 하늘이다. 쪽염으로 물든 모시 한 필을 하늘에 던져놓은 것 같기도 하고 숲을 거닐다 만난 햇살 가득한 보물창고 같기도 한. 그리워져야만 찾아가는 길을 하늘과 바다가 만들고 있다. 장화리 화실 창밖에서. (129~131쪽)

작가는 꽃보다는 꽃을 흔드는 바람에 시선을 두고 폭포보다는 폭포 주변의 빛에 주목했다. 수양버들이 흔들리는 방향에 집중해온 그림을 통해 자연이 건네는 또 다른 위로를 함께 나누고자 한다.

스스로 생명을 틔우는 자연과 함께 공감하고 순응하는 세계관을 가진 이강화 작가가 풀 한 포기, 들풀 한 송이, 햇살 한 줌, 저녁노을 등과 어떻게 말을 걸고, 상처를 치유하고, 위로를 건네받았는지 보여준다.

“그림은 보기도 하고 읽기도 하고 때론 느낌만으로도 통하는 예술이다. 소재가 먼저 보이기도 하고 색감이 더 눈에 띄기도 한다. 모두가 다르게 보기 마련이다. 어떤 방식으로 작품을 보든 스스로 생명을 틔우는 자연에 함께 공감하고 순응하는 작가의 세계관을 봐주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자연을 닮은 재료의 쓰임을 알아챘다면 더더욱 고맙고, 재료의 질감과 그림 속 깊은 그림자의 방향까지도 읽어준다면 더 이상 무엇을 바랄까”라고 작가가 밝혔듯이 그림으로 미처 다 담아내지 못한 것을 때론 짧은 시의 형식으로, 때론 일기, 에세이, 기록 등의 방법으로 담아냈다.

그 작품에 얽힌 이야기를 읽다보면, 작품을 자세하게 들여다볼 수 있고, 그 작품 한 점 한 점이 마음갤러리에 전시될 거라고 생각한다. 다독거림과 위로가 필요한 시기에 천천히 산책하듯 보고 읽으면 좋겠다.

/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