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역 10개 군·구 중 전용 휴게공간 마련 3곳 확인
지자체 인식 부족 지적…시 차원 전수조사 필요성 제기
▲ 최근 인천 중구에 공중화장실 청소노동자를 위한 쉼터가 마련됐다. 지난 1일 공중화장실 뒤편 유휴부지에 가설 건축물 형태로 조성된 환경미화원 휴게실 모습.

인천지역 공중화장실 청소노동자들의 열악한 휴게 공간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해당 시설 관리 주체인 지자체의 노동 인식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일부 지자체는 이를 개선하고자 자체적으로 쉼터 조성에 나섰는데 인천시 차원의 전수조사를 통해 휴게시설을 조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1일 오전 인천 중구 한 공중화장실에서 만난 청소노동자 A(71)씨. 근무 5년 만에 생긴 4.75㎡ 규모의 휴게 공간에 감회가 새롭다.

지난달 10일 박상길 중구의원과 관계 부서 합작으로 환경미화원 휴게소가 만들어진 것이다. 구비는 610만원이 소요됐다.

한 달 전만 해도 화장실 변기 위에 합판을 덧댄 채 휴식을 취했던 그다.

A씨는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근무를 하는데, 청소 물품도 보관해야 하고 잠시 쉴 때도 필요하니 화장실 칸을 막아 썼다”라며 “이제는 냄새나 소리 때문에 민망해하지 않아도 되고, 밥도 편하게 먹을 수 있다. 다른 미화원들도 너무 좋아한다”고 말했다.

산업안전보건 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노동자들이 휴식시간에 이용할 수 있는 휴게시설을 갖춰야 하지만, 지역 내 공중화장실 청소노동자 휴게 공간은 지자체별로 천차만별이다.

3일 인천지역 10개 군·구를 확인해보니, 공중화장실 청소노동자 전용 휴게 공간을 마련한 지자체는 중구와 계양구, 연수구 등에 불과했다. 나머지 지자체들은 휴게시설을 설치하지 않았거나 현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태였다.

일자리 사업이나 청소 용역 위탁 등을 통해 고용된 청소노동자들의 근무시간은 최소 4시간~8시간이다. 이에 따른 법정 휴게시간은 30분~1시간이지만, 별도의 공간이 없다 보니 제대로 휴식을 취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청소노동자 B(68)씨는 “1명이 맡는 공중화장실 개수가 2~3곳”이라며 “한 곳에 계속 머무를 수도 없고 쉬는 공간도 딱히 없으니 각자가 알아서 휴식을 취해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노동계는 시가 직접 청소노동자 휴게시설 현황 파악에 나서야 한다고 말한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상식선에서 청소노동자는 쉴 권리가 있고, 어떤 형태로도 휴게 공간은 조성돼야 한다”라며 “결국 근린공원과 재래시장 공중화장실 관리 주체인 지자체가 이를 파악하고 지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공중화장실 내 휴게시설에 대한 현황 파악은 자체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라며 “군·구별로도 공적으로 현황을 관리해야 하는 지침은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글·사진 박해윤 기자 yu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