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적 삼각김밥 시점' 에세이로 오해·편견과 정면승부
가장 맛있는 시간·음료조합 따른 MBTI 등 TMI 대방출
▲ 힘들 땐 참치 마요, 봉달호 지음

당신은 삼각김밥만큼 가성비 높게 살아본 적 있는가. 역사상 이렇게 삼각삼각한 식품을 본 적 있는가.(113쪽 '너 오늘 삼각삼각해' 중)

<매일 갑니다, 편의점>, <오늘도 지킵니다, 편의점>으로 점주의 기쁨과 슬픔을 이야기한 봉달호 작가의 최신간이 나왔다. 삼각김밥의 입장에서 서술한 '전지적 삼각김밥 시점' 에세이 <힘들 땐 참치 마요>다.

대한민국에 처음 등장한 삼각김밥 종류부터 포장지에 숨겨진 과학 원리, 삼각김밥의 진짜 유통기한, 삼각김밥용 마요네즈의 비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 별의별 삼각김밥까지. 어디 가서 '삼각김밥 좀 아는 사람'이 될 만한 유용한 정보뿐 아니라 삼각김밥이 가장 맛있는 시간, 삼각김밥과 같이 먹는 음료로 따져보는 성격 유형검사(MBTI) 등 흥미로운 이야기로 가득하다.

어디든 있어 쉽게 찾을 수 있고 24시간 아무 때나 구매할 수 있는 대중적인 음식, 삼각김밥. 만만해 보이지만 치열한 편의점 시장에서 안간힘으로 살아남은 삼각김밥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지금 당장 삼각김밥 하나 들고 책을 펼쳐보자.

“세상에서 가장 좋은 쌀과 가장 좋은 김으로 만든 신토불이 삼각김밥을 드시고 계시는 겁니다.” 하고 싶은 말은 다 해야 직성이 풀리는 똑 부러진 삼각김밥이 이 책의 화자다. 이리저리 참견하는 걸 좋아하는 성격 탓에 삼각김밥 이야기뿐 아니라 자신이 관찰한 다른 상품의 특징들을 조잘조잘 이야기한다. 삼각김밥과 라이벌인 즉석밥, 가족 같은 컵라면, 특히 삼각김밥을 말할 때 빼면 섭섭한 불닭볶음면도 당연 등장한다. 삼각김밥 주변에 꼭 컵라면을 배치하고, 삼각김밥과 가장 많이 팔리는 상품 2위가 초코우유인 것, 모두 알고 계셨는지? 이처럼 어디서도 들을 수 없는 삼각김밥 TMI 대잔치가 이 책의 매력 포인트다.

▲ 삼각김밥 일러스트.

물론 삼각김밥이 집에서 차린 한 상과 같을 수는 없다. 하지만 여유롭게 밥 한 끼 먹을 수 없는 상황에서 삼각김밥이 소중한 선택지가 되기도 한다. 이 책을 통해 삼각김밥에 대한 편견을 깨고 전과 다르게 특별한 애정이 생긴다면 주인공 삼각김밥의 소임은 다한 것이 아닐까 싶다. 그때까지 삼각김밥의 귀여운 항변은 계속될 것이다.

'국민 음식'인 삼각김밥은 참치마요, 전주비빔, 소고기고추장, 대게딱지장, 스팸김치볶음밥, 주꾸미볶음… 1200원으로 수십 가지 맛을 선택할 수 있는 가성비 갑의 대표 주자기도 하다.

누군가에겐 저렴한 한 끼 식사고, 누군가에겐 생계 수단이 되어주는 존재. 누군가에겐 간단하게 때우고 싶을 때 찾는 만만한 음식이고, 누군가에겐 식사 때를 놓쳐 시식대에서 급하게 삼키는 수혈 같은 존재다. 폐기 처리된 삼각김밥을 얻기 위해 찾아온 어린 형제에게 우리는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할까.

삼각김밥을 불량식품이라고 천대하고 있다면,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사람 살아가는 풍경은 어디든 비슷하다. 어쨌든 모두 '밥'의 힘으로 살아간다. 각자의 자리에서 분투하는 모든 이들에게 삼각김밥의 응원이 작은 힘이 되기를. 오늘도 삼각김밥은 진열대에 앉아 당신의 무거운 어깨를 바라보며 응원의 눈빛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